[양승득 칼럼]반성과 거리 먼 새만금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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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득 칼럼]반성과 거리 먼 새만금 반성문

이데일리 2025-08-22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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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3000여명의 세계 청소년들을 극한의 생존 게임 터로 몰아넣으며 나라 얼굴에 먹칠을 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폐막 후 2년이 지났다. 물것이 드글대는 물웅덩이가 사방에 널린 매립지 벌판을 폭염 속 야영지로 택한 발상에서부터 화장실, 급수·샤워 시설 등 기본적 인프라 준비·관리에 이르기까지 잼버리 기간 중 드러난 주최측의 무감각, 무책임은 지금도 개탄스럽다. 조기 중단 위기까지 몰렸다가 태풍 탓에 참가자들을 부랴부랴 철수시키고, 프로그램을 문화·산업 시찰 등으로 바꾸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국제 망신을 살 일이 더 없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다.

국제 대회 유치 사상 최악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새만금 잼버리에 대한 감사원의 평가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 하나로 압축된다. 감사원은 지난 4월 공개한 추진 실태 관련 감사보고서에서 시설, 역량 등 준비 과정에서의 부실이 곳곳에 깔려있었다고 공개했다. 또한 허위보고 등 위법·부당 행위가 만연했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전현직 공무원 등 15명에 대해 관련 기관에 징계 요구, 인사자료 통보, 수사 요청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여성가족부 및 전라북도 등 추진 주체들의 책임을 묻고 벌을 내렸다는 의미다.

새만금 잼버리의 불쾌한 추억을 불러낸 건 아픈 상처를 후벼파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무원 등 관계자들의 잘못을 감사원이 제대로 파헤쳤을지 의심해서 꺼낸 것도 아니다. 한국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든 2년 전 8월의 엉터리 축제가 다시는 없도록 우리의 뉘우침과 각오가 절실했는지를 묻고 싶어서다. 감사원의 회초리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깔린 온정주의와 실패를 적당히 잊어버리고 마는 풍조에 경종을 울리지 못했다면 제2, 제3의 새만금 불씨는 언제든지 또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새만금 잼버리 징비록엔 정부가 실패의 교훈을 뼈저리게 받아들인 것 같은 증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판단의 근거는 고위 책임자들의 영전 및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위원장으로 잼버리 행사의 기획과 추진, 실행에 모두 관여했던 김윤덕 국회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입각시켰다. 김 장관은 현역 의원이었던 2020년 조직위원회가 출범하자 공동위원장 자리 중 하나를 맡았다. 개최 직전엔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자신했다. 실패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조직위가 물품 준비 및 방제, 폐기물 처리, 화장실 청소 등 거의 모든 지원 업무에서 문제점을 수두룩히 드러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하기 어려운 인사다. 감사원이 또 한 명의 공동위원장인 윤석열 정부의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나중에 공무원으로 재임용되지 못하도록 했다지만 재입각 가능성이 제로(0)인 점을 고려하면 하나마나한 징계다.

이재명 정부에서 엿보이는 최근의 특징 중 하나는 ‘산재와의 전쟁’이다. 산재를 자주 일으키는 건설사에 대한 면허 취소, 입찰 금지 등을 직접 지시할 만큼 이 대통령은 근로자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정부·여당도 대책 마련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망자가 1명만 발생해도 영업 정지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여당은 산재가 세 번 발생한 건설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불호령이니 기업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잘못을 단죄하는 잣대가 왜 이리 다르냐고 묻는다면 필자만의 우문일까. 나라 망신을 자초한 관(官)에 대해서는 징계, 수사 의뢰가 전부일 뿐 왜 천둥소리 같은 질책이 없나. 산재 사고가 난 기업에 원인 규명보다 적대감 가득한 엄포와 처벌을 앞세우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벌 아닌 상으로 잘못을 지우고, 뒷북 징계로 허물을 덮는 관료 사회의 이상한 징벌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국제 망신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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