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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이날 금융위원회 주재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권 간담회’에서 석유화학기업 기존 대출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올 상반기 말 5대 은행의 석화업종 대출잔액은 약 16조원으로 각 은행이 3~4조원의 대출을 하고 있다. 대기업 대출 중에서 석화업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10~12% 수준으로 은행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찮다.
은행들은 당국의 ‘선 자구노력, 후 금융지원’ 원칙 제시에 안도하면서도 건전성 관리 부담을 토로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만기를 연장하면 당장 부실을 막는 효과가 있지만 언젠가는 나타날 부실이 이연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해 은행이 잠재 부실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정책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반복했지만 결국 연체율 증가로 나타났던 것처럼 상환능력이 나빠진 차주에 대한 인공호흡은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업종 대출을 줄이지 못하면 대손충당금 적립도 피할 수 없다. 대출자산 부실 위험이 커지면 은행은 미래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당기순이익 감소,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진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업무의 기본은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 적시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다. 석화업종 대출을 줄여야 할 때 유지·확대한다면 대출 리스크관리 기본에 어긋난다”며 “해당 기업과 협력업체 등 산업생태계 전반을 봐야 하기는 하지만 ‘정석적인 리스크관리’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석화업종 구조재편 과정에서 은행의 자금지원을 ‘생산적 금융’이라고 하지만 은행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정부가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신성장 업종과 모험자본 투자를 강조하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로 발목이 잡히면 투자 확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에 융통해야 할 자금이 묶여 있어 생산적 금융과는 배치된다는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 금융당국에서도 은행권 부담 경감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회계기준(IFRS)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채권은행 채무평가에 예외를 적용해 충당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 등이다. 5대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 등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실무진 회의를 통해 채무기업 사업재편 계획에 따른 신규자금 공급방안 및 추가 금융지원 내용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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