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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만두’로 한국 첫 상설 레스토랑
21일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는 다음달 1일 서울 청담동의 대형 단독 매장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에 첫 상설 레스토랑 ‘르 카페 루이비통’을 연다. 루이비통의 상설 레스토랑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 메뉴는 4만 8000원 비프 만두, 4만원대 치킨 샐러드 등이다. 공개된 사진에는 공간 전체를 서적과 예술품으로 꾸미고, 음식에는 브랜드 모노그램을 새겨 넣어 차별화를 꾀한 모습이 나타난다.
앞서 루이비통은 파리, 뉴욕, 도쿄, 밀라노 등 세계 주요 거점에 ‘컬리너리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외식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번 서울 진출은 아시아 MZ세대의 소비력 급성장과 한국 시장의 트렌드 파급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화장품으로도 사업을 넓혔다. 오는 29일 첫 뷰티 제품군인 ‘라 보떼 루이비통’을 국내에 출시한다. 독일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케이스를 설계하고, 알루미늄·황동 소재와 리필 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립스틱 한 개 가격이 160달러(약 22만원)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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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에르메스·디올도 외식·카페 확장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명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구찌는 다음 달 4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에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새 단장해 연다. 이탈리아 피렌체 1호점을 시작으로 미국 LA, 일본 도쿄에 이어 서울이 네 번째 매장이다. 이탈리아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협업해 탄생한 레스토랑으로, 계절 한정 샐러드와 ‘에밀리아 버거’ 같은 독창적 메뉴, 녹색 인테리어와 고풍스러운 식기가 특징이다.
에르메스는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 ‘메종 도산 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크리스찬 디올은 청담과 성수에 ‘카페 디올’을 운영 중이다. 역시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를 앞세워 브랜드 경험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배경은 최근 업황 부진과도 무관치 않다. 루이비통·디올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올 상반기 매출은 64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3% 줄었고,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구찌의 모회사 케링도 같은 기간 매출이 16% 줄었다. 에르메스 역시 성장률이 둔화했다. 극심한 소비침체 속에서 명품마저 철옹성이 아니라는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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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로 낮춘 진입장벽…관건은 장기 전략
명품 브랜드들이 F&B에 힘을 싣는 건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수천만원짜리 가방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지만 수십만원이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외식업은 제품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관문이자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도구”라고 말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신규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장기적으로 본품 소비까지 연결하려는 포석이다.
다만 위험요인도 있다. 특히 F&B 트렌드는 화제가 금세 식고, 운영비도 크다. F&B 매장이 흔한 한국 시장 특성상 차별화에 실패하면 브랜드 이미지만 소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관건은 브랜드 이미지를 타 사업에 어떻게 녹여내고, 장기 전략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의 외식·화장품 진출은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체험시키려는 장기 전략”이라며 “다만 효과와 차별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체성만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만 브랜드 가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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