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돌풍에 마운자로 맞바람까지···K비만치료제,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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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돌풍에 마운자로 맞바람까지···K비만치료제, 안하나 못하나

이뉴스투데이 2025-08-21 17: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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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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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전 세계가 위고비와 마운자로 열풍에 휩싸였지만, 정작 국산 비만치료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시장을 선점, 약물치료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사이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발 속도, 보험 제도, 자금력 한계 탓에 국산 치료제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GLP-1 계열 시장은 2024년 534억달러에서 연평균 17% 성장, 2030년 1567억달러(약 2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대표적 GLP-1 기반 신약으로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질환 개선 데이터까지 확보, 기존 치료법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두 회사가 사실상 이중독점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국산 신약은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먼저 한미약품은 장기 지속형 GLP-1 유사체 ‘에페글레나타이드’로 올해 임상 3상 마무리를 앞두고 있으며 2026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한국인 데이터를 반영한 ‘맞춤형 전략’을 내세우고, 자체 플랫폼(랩스커버리)으로 반감기를 늘려 장기 지속 효과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월 1회 투여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IVL3021’을 공동개발, 2026년 초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한다. 기존 위고비(주 1회) 대비 투여 횟수를 크게 줄여 편의성과 장기 복용 순응도를 높이고, 혈중 농도 변동을 완화해 부작용 감소도 기대된다. 지피씨알 테라퓨틱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GPCR 기반 비만 신약 후보물질 확보도 추진 중이다.

HK이노엔 역시 ‘IN-B00009(에크노글루타이드)’로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공략 중이다. 비만 적응증 임상 3상은 2028년, 당뇨 적응증은 2027년까지 진행되며 실제 출시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위고비가 이미 35개국에 출시된 만큼 국산 치료제가 글로벌 무대에 안착하려면 속도전이 불가피하다.

개발 속도 차이는 자금력과 임상 규모에서 비롯된다. 노보노디스크는 2024년 한 해 연구개발비로 DKK 4만8062억원, 매출의 16.6%를 지출했다. 일라이릴리는 R&D·설비·사업개발(BD)에 192억달러를 투입했다. 이 같은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는 수천~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장기 임상을 운영한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SELECT 심혈관 결과시험에서 1만7604명을 40개월간 추적해 효과를 입증했고,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서마운트(SURMOUNT)-1’ 임상 3상에서 약 2500명 규모 피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다. 이렇게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럽연합(EU)의 비만 적응증 승인·확대를 끌어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사진=연합뉴스]

신약 허가 과정에서 대규모 장기 데이터가 필수인 만큼 규제 절차는 글로벌 공통의 병목으로 꼽힌다. 미국·유럽도 개발부터 허가까지 수년이 걸린다. 미국과 한국 모두 IND는 통상 30일 내 처리되지만, 품목허가 심사는 보완요구를 포함해 대략 10~12개월이 소요된다. 급여 등재는 수개월에서 혁신 신약은 20개월 안팎까지 걸리는 등 편차가 크다. 특히 GLP-1 계열은 위장관 이상 반응, 쓸개 질환, 췌장염 등 장기 복용 안전성 검증이 까다로워 보완 요구가 반복된다.

보험 제도도 현 단계에서 뚜렷한 장벽으로 꼽힌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국내에서 모두 비급여로 분류돼 소비자 부담이 크다. 마운자로의 경우 1회 주사비 약 9만원, 월 40만원 안팎의 비용에도 불구, 임상 데이터와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월 20만~30만원대로 글로벌 대비 낮은 가격이 예상되지만, 비급여 상태에서는 확산에 한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보험 적용 시에도 국산에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동일 계열 약물이 모두 혜택을 받는 구조로 임상 데이터와 인지도가 앞선 글로벌 제품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글로벌 강자와의 경쟁 구도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며 “한국 시장만의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적 한계도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FDA는 2024년 세마글루타이드의 SELECT 결과를 근거로 위고비에 ‘심혈관질환 동반 비만 환자의 심혈관 사건 위험 감소’ 적응증을 우선 심사 후 승인했다. 반면 한국은 비만을 중증질환으로 보지 않아 신속심사 범주에서 제외된다. 이에 국산 신약은 허가·급여 과정에서 속도전을 펼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비만 진료비는 최근 10년간 70% 이상 증가, 고령화와 맞물려 사회적 부담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부담이 커지는 이유는 비만이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는 당뇨 발병 억제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임상으로 입증, 체중 감소에 따른 혈압 개선 등 간접 효과도 확인됐다.

국산 비만치료제가 상용화되면 기회 요인도 뚜렷하다. 글로벌 약물이 서양인 중심 임상에 기반한 만큼 아시아인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 확보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주사제 위주인 시장에서 경구제나 복합제 개발을 통해 장기 복용 편의성을 높일 가능성도 크다. 고가 약물 확산이 더딘 신흥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국내에서는 보험 등재 시 수입 대체와 의료비 절감 논리로 정책적 설득력이 커질 예정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은 단순 질병이 아닌 만성질환의 핵심 리스크로 떠오른 만큼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술수출과 협업을 통해 실익을 챙기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독자 비만 신약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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