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류 멸망'을 불러올 수 있다고까지 우려받았던 AI(인공지능)가 이제 전기나 인터넷처럼 일상 속 '보통의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AI 기술을 '고도로 자율적이고 초지능적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해야 하는 도구'로 보는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선임연구원인 토비 오드는 '스케일링 역설'을 제기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성능을 높이려면 데이터, 연산, 전략 등 자원 투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하며, 결국 AI 발전은 물리적·경제적 제약 속에서 이뤄지는 '보통의 기술'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최고경영자)는 AGI(범용인공지능)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세계 GDP가 10% 늘어날 때 깨워 달라"고 말했다. AI가 정말 혁명적이라면 경제 지표에 반영돼야 한다는 현실론적 접근이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AGI는 "별로 유용한 용어가 아니다"라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맞이할 것은 급격한 변화가 아닌 꾸준하고 점진적 발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AI 붐을 '거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사회 전반에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AI 낙관론자였던 에릭 슈미트 역시 "AGI 강박을 멈추고 현재 보유 AI 도구들의 실용적 활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과 드와르케시 파텔은 AI가 인간 시스템에 통합될 때 발생하는 '인간 병목' 문제를 강조했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를 실제 활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 사회와 조직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NYT는 "우리가 약속받았던 AI의 미래는 아직 멀리 있으면서도 이미 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AI 도구를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3분의 1은 매일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증시 상승분의 60%가 AI 관련 기업에서 비롯됐고, 연구자 몸값은 수억~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자본 지출 규모는 통신 붐을 넘어 철도 건설 붐 시기와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칩 생산과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입되는 돈이 미국 전체 제조업이나 사무실 건설보다 많아지면서, 경제의 투자 우선순위가 사람보다 AI 인프라에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학자 알렉스 타바록은 이를 두고 "우리는 인간을 위한 집보다 AI를 위한 집을 더 빨리 짓고 있다"고 비유했다.
NYT는 "거품이 꺼질 수 있다"면서도 "신약·신소재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전력망 관리 고도화, 예술가의 진입 장벽 완화 등 AI는 여전히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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