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은행에는 '독'이지만 증권사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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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은행에는 '독'이지만 증권사엔 '약'

한스경제 2025-08-21 14:11: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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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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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금융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은행업계에는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증권업계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제시됐다.

21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스페셜 리포트: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쟁점과 신용평가 시사점'에 따르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은행과 증권업계가 정반대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발행자가 아닌, 준비금 수탁기관의 역할에 머무를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사용 확산에 따라 기존 예금 기반에 대한 잠재적인 축소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 표=나이스신용평가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발행자가 아닌, 준비금 수탁기관의 역할에 머무를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사용 확산에 따라 기존 예금 기반에 대한 잠재적인 축소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 표=나이스신용평가

◆ 은행업계 생존 위기···예대마진 타격에 수수료 수익까지 증발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수탁기관 역할에만 머물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기존 예금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수신 기반이 흔들리고 이는 곧바로 대출 여력 축소와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다. 예금 유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조달비용 상승과 순이자마진(NIM) 하락, 수익성 악화라는 연쇄반응이 불가피하다.

물론 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한다면 준비금 운용수익과 신규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대출 축소와 기존 수수료 감소에 따른 구조적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단언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송금·결제 시장에서 저비용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 은행의 핵심 수익원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역시 예금 유치 경쟁력 약화로 조달금리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는 것이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이다.

해외 금융권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줄리아 데미도바 글로벌 핀테크 기업 FIS 총괄리더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대차대조표에 편입할 경우 유동성 요건과 자본 요구가 강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틀란틱 카운슬도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사업을 다변화할 수는 있지만, 발행자 실패 시 모든 리스크가 은행으로 전이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활용되는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다. 현재 도입 추진 중인 국내 스테이블코인의 구체적 특성이 미확정인 만큼, 향후 세부사항 결정에 따라 금융업계 파급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 표=나이스신용평가
이번 분석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활용되는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다. 현재 도입 추진 중인 국내 스테이블코인의 구체적 특성이 미확정인 만큼, 향후 세부사항 결정에 따라 금융업계 파급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 표=나이스신용평가

◆ 증권업계 '골든타임'···STO 시장서 新먹거리 창출 기대감 상승

반면 증권업계에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이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겠지만 토큰증권(STO) 시장이 본격 확산되면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큰증권은 실물자산이나 비상장 지분을 블록체인상에서 소액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증권이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정산 수단으로 활용돼 기존 증권결제의 T+2일 구조를 실시간 정산으로 혁신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개선을 넘어 증권업계 전체의 사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변화다. 결제 리스크가 줄어들고 유동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발행 주관, 유통 플랫폼, 디지털 자산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연구원은 "토큰증권 제도가 정착되면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 시스템이 증권업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며 "은행에는 독이지만 증권사에는 명실상부한 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권도 증권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용 디지털 자산 인프라 기업 파이어블록스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빠른 결제 수행'을 스테이블코인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파이어블록스는 "전통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분할된 국경 간 결제 시장을 되찾을 전략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를 아예 "스테이블코인의 여름"이라고 명명했다.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프라 개선의 핵심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이다. 시티그룹 블록체인 담당 비스와룹 차터지도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달러 전송으로 국경 간 결제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규제 당국의 인식 변화도 감지된다.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와이오밍 블록체인 심포지엄에서 "규제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를 버리고 금융기관과 함께 기술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기존 은행 시스템이 새로운 기술에 의해 우회되거나 아예 대체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 DWS의 스테판 훕스 최고경영자는 유럽 최초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EURAU' 발행을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암호자산 거래를 넘어 기관투자자가 주식·채권·부동산 등 토큰화 자산에 접근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최대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 은행과 재무부 시장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위기 요인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업계에는 결제 서비스 혁신과 유동성 관리, 대체 수익원 확보의 기회를, 증권업계에는 토큰화 유가증권 발행의 새로운 진입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투명하고 일관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운영 과정의 투명성 담보,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 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지 아니면 시장을 교란하는 리스크 요인이 될지는 결국 당국과 업계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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