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정부가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국내 10개 석유화학 기업은 나프타 분해(NCC) 설비를 최대 25%까지 감축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이는 석유화학 업계로서는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감축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연간 나프타 분해 능력을 최대 370만 톤 줄이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전체 용량(1,470만 톤)의 약 25%에 달한다. 각 기업은 연말까지 세부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이 같은 구조조정 계획은 20일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공식 발표됐으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S-OIL, HD현대케미칼 등 주요 기업 경영진이 서명에 동참했다.
“생존을 위한 감축, 정부는 지원… 무임승차는 배제”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과잉설비를 줄이고, 근본적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구조조정에 성실히 나서는 기업에 대해 규제 완화와 금융·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무임승차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의 3대 목표로 ▲과잉 설비 축소 ▲재무 건전성 개선 ▲지역경제·고용 피해 최소화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전국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 3곳을 동시에 구조조정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고 패키지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업간 M&A 압박 가능성… 여천NCC 유동성 우려도"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섰고, 재정 지원을 구조조정과 연계하면서 기업들 역시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재무 상태가 취약하거나 설비가 노후된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며, 정부가 인수합병(M&A)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여천NCC(YNCC)는 현재 1,800억 원의 대출 만기가 이달 중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심각한 재무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 여천NCC는 2022년 3천477억원, 2023년 2천402억원, 2024년 2천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中 공급과잉, 수요 정체… 수익성 회복은 2027년 이후
이번 구조조정의 배경은 중국의 무분별한 증설과 글로벌 수요 둔화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아시아 전역에 걸쳐 신규 설비가 지속적으로 늘었고, 팬데믹 이후 회복세도 더뎌지며 마진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실제 한국의 석유화학 수출은 올 상반기 21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제품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이 2027년까지는 본격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의 공동 대응이 향후 산업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주목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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