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작가 최학윤은 비가시적인 근원적 관점에 대해 다룬다. 우리네 시간과 관점에서 벗어난 매체에 큰 흥미를 느끼며, 이를 ‘자연물’이라 본다. 자연물은 우리 곁에 있으면서 순수한 본질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연물인 셈.
그런 그가 이달 1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TYA에서 개인전 ‘INTUITION’을 열고 관객을 마주한다. 본질과 근원, 순수, 그리고 연결이란 키워드에 집중해 구성한 작품을 내놨다.
전시를 기념해 문화매거진과 만난 최학윤 작가는 “제가 눈에 확 들어오는 구상적인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난해한 주제라고 생각하실 순 있지만, 저에게 있어 이 아름다움이란 건 본질적인 차원이었다”며 “어느 형태로 좋고 아름다운 것도 하나의 미적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저는 그것보다 고차원적으로 내면적인 측면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주제들이 또 무한하지 않나. 관객이 어렵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좋게 생각하면 확장적으로 더 퍼져나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의 내면을 작업으로 표현한 거지만, 이건 또 우리 모두의 내면일 수도 있겠죠. 개별적이면서 개별적이지 않은 것을 재해석함으로써 화면에 드러내는 작업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시간이 축적되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걸 ‘생각산책’이라 하는데, 거기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생각산책’은 작가 최학윤과 세상이 연결되는 방식인 동시에 최학윤의 내면을 확장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목표나 목적지를 두지 않고 마냥 걸으면서, 직감적인 선택에 맞춰 길을 가는 산책”이다. 작가 내면과 풍경을 번갈아 보며 ‘우연적인 풍경’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골목길이라든가 시장이라든가, 서울에서는 동묘나 을지로, 유적지 등이 되겠네요. 그렇게 시간이 축적되어 있는 곳을 지나갔을 때 받는 무게감이 다른 것 같아요.”
그의 작업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감히 쉽게 표현하자면, ‘내면의 확장’에 가깝다. 우연과 부딪친 내면은 작가의 손을 거쳐 확장되고, 관객 눈에 담긴다. 먹과 소금 같은 자연물을 주재료로 선택한 데도 ‘우연’이 작용했다 하지만 사실은 우연을 가장한 그의 ‘확장 노력’ 덕분일 테다.
“학부 시절 전통 산수화를 했기 때문에 먹과 소금을 썼기는 했거든요. 먹을 칠하고 소금을 뿌리면 그 닿는 부분이 하얘져서 눈 내리는 풍경을 연출할 때 쓰곤 했죠. 그런 데서 아이디어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걸 어떻게 하면 나만의 방식으로 차별화할 수 있을까... 그러다 먹을 캔버스 위에 흠뻑 묻히고 소금을 뿌려놨는데 다음날 보니 지금의 이런 형태가 나오더군요. 우연일 수도 있고 발견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그때부터 이 재료를 꾸준히 활용하고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학윤 작가가 이 방식을 내내 고수한 건 아니다. 영국 유학에서는 조형에 몰두하기 위해 페인팅을 잠깐 중단했었단다. 그래도 “소금과 먹이 가진 오묘한 질감이라든가 색깔을 쓰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고 했다. 결국 순환과 확장이었다.
확장은 더 나아가, 최학윤 작가의 순수한 욕심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를 “다매체로 확장하고 싶은 작가”라 소개한다. “영국 유학은 짧았지만, 조형을 원 없이 했어요. 언젠가는 조형과 페인팅을 겸할 수도 있겠죠? 작가마다 성격이 다르겠지만 저는 다매체를 쓰고 싶은 작가예요. 설치, 페인팅 그런 것들과 함께 공간을 꾸며나가고 싶어요. 올해는 당장 어렵겠지만 계속 구상 중이에요.”
“한 가지만 하면 재미없다”며 미소 지은 그는 “작업은 작가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확장한다 해서 주제가 틀어진다거나 흐트러지진 않는 것 같다. 하나의 작업만 한다고 그게 또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 않나. 색다른 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고 덧붙였다.
“협업을 통해 2명 이상의 작가와 무언가를 함께하고 싶네요. 무용, 음악, 회화, 건축 등 타 분야 작가들과 협업을 하면 작업적으로 확장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내년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지금은 무용이 좀 끌리는데, 무용가와 제가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건축가와 함께하는 일도 재밌을 것 같고요.”
확장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 왜 작업을 하느냐는 우문에 그는 “작업하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안 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고 운을 떼더니 “내가 지금 잘할 수 있는 것이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원래 산수화를 5~6년 정도 했어요. 첫 개인전도 산수화로 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스케치를 했었죠. 그런데 그 작업을 하며 ‘난 문화유산을 그림으로 남기는 사람인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명감은 있었지만 작업의 주인공이 제가 아니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작업은 제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요. 이게 제가 작업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나만의 것, 나만의 색깔, 나만의 세계... ‘직감(INTUITION)’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작업과 내가 가깝다는 걸요. 아님 말고! 하하.”
“주제와 형식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그림을 마주했을 때 드는 느낌과 물음들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한 그는 “일차적이고 본능적인 느낌과 소통이 오갔을 때 비로소, 작업 속 연결고리들이 상호간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내면의 확장, 작가와 관객의 확장, 그를 위한 ‘자연물’의 활용. 순수한 연결은 운명이다.
“참 희한하죠? 영국 유학 가서 다른 작업을 하려고 한 것도 뭔가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결국 만들어진 거 보면 자연물 이용하려 하고, 고요한 느낌 내려 하고, 지금과 비슷하더라고요. 하하. 태생이고 운명 같아요. 신기해요. 어쭙잖게 다른 거 하지 말고 내가 잘하는 거 하자- 뭐 이런 걸까요? 그런데 이게 곧 제 차별성이고 정체성인 것 같아요.”
[작가 이력]
2023 Edinburgh university United Kingdom MFA
2022 한성대학교 MA
2020 한성대학교 BA
[개인전]
2025 Intuition, TYA
2024 Entity, COSO Gallery
2024 Relation, 모두의 갤러리 북촌도시재생지원센터
2024 Decomposition, 갤러리탐
2022 Decomposition, Space Concentre
2021 Decomposition:분해, 스페이스시옷
2020 Beyond The Sight, 토포하우스
[단체전]
2025 시소:Seesaw, 인천아트플랫폼
2024 Form, Function & Feeling 공간의 감각, 코엑스
2024 펼치고 뿌려서 당기고 자르기, Gallery A
2024 피드백#5, 아팅갤러리
2023 Masters, Embassy Gallery Edinburgh UK
2022 IN AND OUT 지금의 N번째 나를 이루는 것, 불일미술관
2021 RE:Reorganized Thoughts, 롯데갤러리, 대전
2020 묵과 색의 공감, 갤러리이즈
[레지던시]
2025 자문밖아트레지던시 입주작가
2024 경기도자미술관 창작공방 입주작가
2024 PARADISE AIR Matsud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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