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이 사라졌다···무너진 토종 K 패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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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이 사라졌다···무너진 토종 K 패션 브랜드

이뉴스투데이 2025-08-21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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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민하 기자]
[그래픽=한민하 기자]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전국 대형 상권과 대학가 거리를 가득 메웠던 토종 패션 브랜드 매장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뱅뱅, 잠뱅이와 같은 ‘국민청바지’부터 마루·TBJ·NII 등 ‘한국인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내세우며 청소년과 20대 초반에게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던 이른바 대표 국산 브랜드들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점점 문을 닫는 추세다.

이같은 변화는 20여 년간 소리 없이 진행됐다. 오프라인 매장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SPA 브랜드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추억 속 패션거리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차츰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학창시절 추억 속에 남겨진 이름일 뿐 현실에선 동 떨어진 과거의 부산물로 전락한 상태다. 이처럼 토종 캐주얼의 몰락은 유행의 교체가 아닌 국내 패션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상징적 사례로 볼 수 있으며, 국내 대표 패션 기업들의 존폐에도 심각한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 해외 브랜드 공세 속 정체성 놓친 K패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글로벌 브랜드인 게스·리바이스·캘빈클라인 등 해외 청바지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토종 브랜드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하며 주류 유행을 추종하는 전략을 내세웠으나, 소비자 사이에서는 오히려 ‘평범하지만 비싼 옷’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는 계기가 됐고 고유 정체성의 훼손이라는 브랜드 가치 실추로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악화됐다.

2008년 당시 정부가 발표한 백화점 매출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여성캐주얼과 남성 의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3%, -13.8%를 기록했으며 해외브랜드는 2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시장 전체의 몰락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진출에 따라 유행 전략을 펼친 국내 브랜드들이 점차 획일화되며 소비자에게 매력을 잃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 SPA가 흔든 시장, 온라인 플랫폼으로 직격탄

2000년대 후반 유니클로의 국내 진출은 토종 캐주얼 브랜드에 결정타가 됐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으로 대표되는 패스트패션 SPA브랜드는 ‘가성비’와 ‘빠른 트렌드 반영’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소비여력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과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나 고유 정체성을 지닌 해외 명품 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 브랜드는 ‘중간 가격대’라는 애매한 위치에 갇히며 저가 경쟁에서는 밀리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헤리티지를 갖춘 해외 브랜드와 맞서기 어려웠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패션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시장 포지션 부재가 드러난 사례”라고 평가한다. 

[사진=무신사]
[사진=무신사]

2010년대 들어서는 온라인 채널이라는 시장 자체의 변화가 가장 큰 이슈로 작용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시장 초기부터 빠르게 성장하며 패션 유통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이후 2010년대를 지나며 무신사, W컨셉 같은 독점적 지위의 패션 플랫폼이 등장하며 시장은 더욱 빠르게 변화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은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되며 온라인 쇼핑이 중심으로 부상했으며, 최근 무신사 스토어 내 입점 브랜드 수는 수천개에 달하는 상황이다.

특히 무신사가 구축한 패션 커뮤니티의 변화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다. 소비자들은 획일적 오프라인 매장에서 벗어나 개성과 새로움을 제공하는 인디·디자이너 브랜드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취향’을 내세우는 신흥 브랜드들의 등장은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모델에 의존해온 토종 캐주얼 브랜드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게 됐다.

2023년 기준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2001년 3조원이었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8년 113조7천억원으로 약 38배 증가했다. 소매판매액 대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을 조사한 결과 역시 2010년 8.1%에서 2018년 24.3%로 크게 늘었다.

 


◇‘특별한 평범함’ 원하는 MZ세대 소비 공식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RSG성수에 마련된 ‘시리즈(SERIES;) 이니셜D 협업 컬렉션 팝업스토어’에서 한 방문객이 진열된 제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RSG성수에 마련된 ‘시리즈(SERIES;) 이니셜D 협업 컬렉션 팝업스토어’에서 한 방문객이 진열된 제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저렴한 옷보다는 희소성 있는 옷을 선호하게 됐다. 특히 지금의 MZ세대는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SNS를 통해 유행을 공유하는 이중적 소비 성향을 보인다.

최근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같은 브랜드들은 이러한 흐름을 겨냥하며 감각적인 네이밍 전략, SNS감성 콘텐츠, 로고 플레이, 한정판 협업 등으로 소비자에게 특별함을 제공한다.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더 이상 판매의 무대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에게 마케팅 수단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것은 더 이상 힘이 없어지게 됐다.

토종 캐주얼 브랜드이 몰락은 단순한 시대 교체로만 볼 수 없다. 브랜드 정체성의 회복, 경험 중심 유통 모델 도입, 디지털 플랫폼 연계 등 새로운 전략 없이는 부활이 어려워진 상황에 처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추억이 된 ‘국민 청바지’의 몰락은 실패담을 넘어 앞으로 국내 패션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소비자에게 단순한 옷이 아니라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한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지금의 패션 업계 현황이다.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가슴팍에 찍혀있던 브랜드 로고는 이제 글로벌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어색해진 시대가 됐다.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뱅뱅도 요즘 세대에겐 거리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며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과 가치, 역사를 상실했다는 게 너무 뼈 아픈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시장 자체가 가성비 아니면 프리미엄으로 고착화된 시점에서 우리 패션 브랜드들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려워진 상태”라며 “일부 살아남은 브랜드 역시 SPA로 노선을 선회하는 등 버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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