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제시한 키워드는 ‘동맹 현대화’였다. 이번 회담은 ‘첫 대면’인 만큼 케미스트리(호흡)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되, 주한미군 태세와 방위비, 통상·투자 후속 이행, 조선·반도체 협력까지 폭넓게 다룰 전망이다. CSIS는 회담 형식을 “오벌오피스 면담에 이어 내각급 회의와 업무오찬을 포함하는 업무 방문(working-level visit)”으로 분류했다.
21일 오전 3시(한국시간)에 열린 CSIS ‘대한민국 이재명 대통령 백악관 방문 사전 전망’(CSIS ‘Previewing White House Visit of South Korean President Lee Jae Myung’)에 본지가 참여했다. 브리핑에서 패널들은 “무역·투자 프레임워크를 가까스로 타결했지만 세부 이행은 정상회담 이후가 될 수 있다”며 “프레임 합의가 동맹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공간을 다시 열었다”고 말했다.
안보 의제는 ‘형태’와 ‘역할’을 함께 손보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주한미군 운용은 지상군 일부를 조정하고 해·공군 가시성을 높이는 틀에서 검토되고, 방위비 분담은 현금 증액 일변도 대신 훈련비·공동생산·군수(MRO) 등 현물·협력형 분담까지 포함해 재설계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회담 직후에는 한·미 대기업 CEO 라운드테이블과 워싱턴의 CSIS 연설 등 대외 일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됐다.
통상에서는 ‘틀’ 합의의 안정효과와 남은 숙제가 동시에 지적됐다. 필립 럭 CSIS 경제프로그램 디렉터는 평가관세(assessed tariff)율이 15%로 낮아져 단기적 안정이 생겼지만, 2024년 한미 무역수지 적자가 약 30%(약 180억 달러) 확대돼 백악관의 적자 집착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천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정상 간 대화로 “의미 있게 전진”시키려면, 프레임에 세부 이행 로드맵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 협력은 ‘의지는 높고 설계는 미완’으로 요약됐다. 미국은 산업기반 격차를 의식하며 조선·배터리·반도체에서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본다. 다만 존스법·바이아메리칸, 공급망·숙련인력, 현지화 비율 같은 규제·현장 변수를 풀어야 MRO→공동건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상 일정에 한화오션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 방문 가능성이 거론된 것도 상징성은 크지만 실행 설계 없이는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북한 리스크는 정상회담·UFS 연습·대화 단절의 삼중 요인으로 경고됐다. CSIS는 “통상 이런 조합은 북측의 유의미한 도발(미사일 또는 핵실험)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며 중국 접경 인근 ICBM 기지로 추정되는 대상에 대한 위성사진 분석 보고서도 브리핑이 끝나고 약 7시간 뒤에 발표했다.
CSIS에 따르면, 북한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신풍동 미사일 운영 기지의 존재가 드러났다. 중국과의 국경에서 불과 27km 떨어진 이 기지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관·운용하는 시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 일정의 맥락도 공유됐다. 작년 말 계엄 선포·전 대통령 탄핵·조기선거라는 국내 변동으로 상반기 정상회담이 지연됐고, 7월에는 상호관세 데드라인이 한미 외교 어젠다를 사실상 잠식했다. CSIS는 “프레임워크 딜이 성사되며 이제 동맹의 다른 현안들을 논의할 공간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Victor Cha) CSIS 한국석좌(코리아 체어)는 첫 만남의 운영 원칙을 이렇게 정리했다. “정상 외교에서, 특히 첫 만남의 가장 중요한 일은 두 정상이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회담의 최우선 과제도 (양국 정상의) ‘케미스트리’"라고 설명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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