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자사의 북미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합의를 웨스팅하우스와 진행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한수원 황주호 사장은 북미 원전 시장에 집중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며 합의문과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일각에선 자체 원전 수출보다 원전 건설사업에만 치중돼, 원전 ‘건설’ 강국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신규 원전 사업 수주에 대해 상호배타적으로 수주 구역을 분배하는 합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의 ‘글로벌 합의문’에 따르면 한전·한수원은 동남아시아(필리핀·베트남),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모로코·이집트),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만 신규 원전 사업 수주를 이어가기로 했다.
반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가입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은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다고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수원 황주호 사장은 합의문과 대치되는 발언을 내놨다. 황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석해 한수원의 유럽 원전 시장 철수 배경을 묻는 의원의 질의에 “유럽 시장에서 힘을 계속 쓸 건지, 아니면 미국 시장을 겨냥할 건지 생각해서 미국 시장을 겨냥해야 된다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은 신규 수주 지역 분배에 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북미 원전 시장 진출은 계속 협의돼 가는 상황인 거지 미국에 무조건 간다 이런 것도 아니다”라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방향을 그런 쪽으로 생각한 거지 이게 협의가 되고 있거나, 구체화된 건 아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의 발언이 합작 법인 형식의 북미 시장 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전·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합작 법인을 통해 미국 원전 시장에 진입하되.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기술을, 한수원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원전 건설 시공을 맡는 식이다.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는 “이미 우리 에너지당국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997년 한국의 북미 원전 사업 진출 시 웨스팅하우스와 협의해야 한다는 라이센스 어그리먼트를 체결했다”며 “우리 원전 APR1400 수출이 아닌 단순 원전 건설공사 수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북미 시장 집중이라는 말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로 우리 자체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대상국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원전 강국’이 아닌 ‘원전 건설 강국’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다.
한수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 세계 원전 가동 국가 중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를 제외한 상위 10개국(미국 94기·프랑스 56기·러시아 36기·캐나다 19기·우크라이나 15기·일본 14기·영국 9기·스페인 7기·스웨덴 6기·체코 6기)에서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체코 한 곳뿐이다. 상위 10개국이 전체의 83.17%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자체 원전 수출길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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