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에게 친숙한 동요 선율로 민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창작오페라가 탄생한다.
성남문화재단(대표이사 윤정국)은 항일 작곡가 박태현의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를 11월 14~15일 양일간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초연한다.
‘바람의 노래’는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한국사의 혼란스러운 시기, 동요를 통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민족의 정서와 감성을 노래한 항일 작곡가 박태현(1907~1993)의 주요 작품을 모티프로 한 창작오페라다.
작곡가 박태현은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안익태 선생의 권유로 일본 도쿄음악학교(현 도쿄음악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한 뒤 평생을 작곡에 전념했다. ‘코끼리 아저씨’, ‘산바람 강바람’, ‘태극기’ 등 200여 곡이 넘는 동요와 ‘3.1절 노래’, ‘한글날 노래’ 등 국가 기념일 노래를 남겼다. 그의 둘째 형은 일제강점기 이완용 저격 사건에 가담했다 체포돼 7년간 옥고 끝에 순국한 독립운동가 박태은 선생으로 형의 항일 애국정신에 영향을 받아 동요를 통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불어 넣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80년대 초 성남에 정착해 87세를 일기로 작고할 때까지 많은 문화예술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는 음악적 공로를 인정받아 1989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KBS 동요대상 등을 받았으며, 2001년 성남예총의 추천으로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그를 모티프로 한 이번 작품의 탄생 배경은 예술성과 역사성을 품은 지역문화 콘텐츠 발굴을 위해 재단이 지난 5월 개최한 ‘2025 성남 문화정책 포럼Ⅰ : 지역 문화자원 활용 글로컬 콘텐츠 창작 방안’이 바탕이 됐다. 이후 지역 예술가와 문화예술 전문가의 의견들을 수렴해 이번 창작오페라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후 6월 제작 시행 단계부터 오페라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제작운영위원회를 열어 아이템 발굴부터 제작 방향 설정, 창작진 구성 등 전반적인 진행 방안을 논의·결정 해왔다.
공연은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산골 마을의 빈집에 사는 소녀 ‘강바람’과 인형 ‘달이’가 바람, 동물, 자연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소녀의 맑은 노랫소리는 바람을 타고 울려 퍼져 숨 쉴 곳을 잃어버린 존재들을 이끌며,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피어나는 자연과 생명, 우정과 희망을 노래한다.
작품에서는 박태현의 동요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산바람 강바람’, ‘깊은 밤에’, ‘자장가’, ‘다 같이 노래 부르자’ 등을 원곡 그대로 사용하거나 주요 멜로디를 재창작해 활용한다. 작곡가 박태현 특유의 서정적이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동요 선율이 작품의 주요 장면에 녹아들어 극의 정서에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오페라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창작진과 지휘 명장의 만남으로도 눈길을 끈다. 음악은 가곡과 합창, 창작오페라 분야에서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해온 작곡가 김주원이 맡아, 박태현의 동요와 현대적 음악어법을 결합해 새로운 음악 세계를 펼칠 예정이다.
대본은 연극·오페라·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섬세한 문체와 날카로운 주제 의식으로 주목받아 온 극작가 황정은이 맡았다. 지휘는 50여 편 이상의 오페라 작품을 이끌며 한국 오페라 발전에 이바지해 온 명장 김덕기 지휘자(전 서울대 음악대학 교수)가 맡고, 연출에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며 현대적 시각과 창의적 해석으로 오페라 무대를 새롭게 조명해 온 조은비 연출가가 참여한다. 공연에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시립합창단, 시립소년소녀합창단 등 성남시 산하 문화예술 단체가 총출동할 예정이다.
윤정국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성남의 문화자원과 창작 역량을 결집한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는 어린이와 청소년, 가족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 구성과 음악으로 기존 오페라 관객을 아우르는 폭넓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라며 “이번 작품은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강화하는 한편, 차세대 관객층에 친근하게 다가갈 창작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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