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美 철강 관세 파고에 흔들···‘프리미엄 포지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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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美 철강 관세 파고에 흔들···‘프리미엄 포지션’ 시험대

이뉴스투데이 2025-08-21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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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뉴스투데이 DB]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미국이 철강과 철강 기반 제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가전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관세 혜택에 힘입어 가격 우위를 지켜온 한국산 가전도 이번 관세 여파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탁기·냉장고처럼 철강 사용이 큰 백색가전을 주력으로 한 LG전자는 관세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 407개 품목을 추가했다. 제품에 포함된 철강 함유 가치를 기준으로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50%로 인상됐다. 크게는 가전제품부터 이동식 크레인, 작게는 소화기, 유아용품, 부엌칼, 에어로졸까지 사실상 금속이 들어간 대부분 물품이 대상이다.

관세는 제품 전체가 아니라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비례해 매겨진다. 전체 무게에서 해당 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50% 관세가 적용되고, 나머지 부분에는 수출국의 상호관세율이 붙는다. 미 상무부는 중국산 우회 수입 차단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가전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받을 충격의 성격은 다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에서 확보한 글로벌 공급망 역량을 가전에도 투입해 관세 충격을 분산할 수 있다”면서도 “LG전자의 경우 주요 전략이 가전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방어 카드가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 의존도가 높은 제품 포트폴리오도 부담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HS사업부의 원재료 중 철강 비중은 13.9%에 달한다. 2025년 2분기 기준 LG전자의 가전 매출 비중은 약 32%로 삼성전자(약 19%)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구조로 LG전자가 관세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것. 동일 제품의 가격이 오를 때 중국·멕시코산과의 격차가 감소, 한국산 가전의 ‘프리미엄 포지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LG전자도 부담을 공식화했다.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LG전자 관계자는 “철강 관세 50%와 상호관세 15%로 원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관세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매출 비중이 28%에 달하는 LG전자가 가격을 10% 올릴 경우 전체 매출에 3~4%포인트 하락 요인이 생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 대응책은 생산 거점 최적화와 원가 절감이다. LG전자는 오는 9월 멕시코 멕시칼리 공장에 세탁기 신규 라인을 증설, 북미 공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멕시칼리는 이미 연간 수십만 대 규모의 세탁기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로 증설 이후 북미 전체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과 연계한 ‘스윙 생산 체제’를 가동, 지역별 수요와 관세에 따라 생산 물량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테네시 공장은 연간 약 100만 대 수준의 세탁기·건조기·워시타워 생산에 집중, 매출 비중이 큰 냉장고는 여전히 한국 창원, 멕시코 몬테레이,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수출해야 한다. 특히 창원 공장은 프리미엄 냉장고 생산 기지로 미국 수출 물량만 연간 약 1조원 규모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산 철강 조달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철강협회(AISI)에 따르면 미국 철강 자급률은 72~78% 수준으로 공급 여력이 제한적이다. 추가로 고율 관세로 수요까지 몰릴 경우 현지 가격은 오히려 급등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생산기지 다변화만으로는 철강 원가 부담을 온전히 흡수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관세 리스크 확대를 경고한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2분기보다 하반기에 상호관세와 보복·추가 관세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며 “철강 관세가 온기 반영되면 수익성에 직접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가전 부문 영업이익률이 6%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관세 충격 전가 시 마진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전자는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동시에 겨냥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중국 가전업체와의 협력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다. LG전자는 스카이워스와 9kg급 드럼세탁기, 오쿠마와 400ℓ급 양문형 냉장고를 공동 개발해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 현지 맞춤형 제품 확대를 통한 리스크 분산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단순 생산지 다변화를 넘어 소재 혁신, AI·스마트홈 연계 같은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준영 경제학과 서강대 교수는 “관세 인상에 따라 판가를 높이면 미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기지 확대와 프리미엄 전략 차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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