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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추락이 가팔라졌다. 두산의 6연승 제물이 된 날, 대전구장에서 들려온 소리는 탄식과 한숨뿐이었다. 중반부터 팬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9회에는 텅 빈 좌석이 더 눈에 띄었다. 1위를 향해 달리던 팀이 순식간에 흔들리면서 팬심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20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한화는 7-13으로 대패했다. 선발 조동욱은 이미 고육지책 카드였다. 폰세와 문동주의 이탈로 로테이션이 무너졌고, 불펜 자원을 급히 끌어올려 선발로 내세운 결과는 참담했다. 마운드는 두산 타선에 무너졌고, 수비는 이해하기 힘든 실책성 플레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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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종수의 홈 태그 실수, 주현상의 잘못된 선택, 박상원의 황당한 주루 처리까지 겹치며 경기는 자멸했다. 두산의 공격력이 빛났다기보다 한화가 무너져준 경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장에서는 “여름 더위보다 무서운 건 한화 수비”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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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김경문 감독의 선수 기용이다. 부진한 선수에게도 흔들림 없는 기회를 주는 ‘믿음의 야구’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특히 노시환에 대한 맹신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시즌 내내 기복 심한 타격을 보이며 팀 공격 흐름을 끊고 있는데도, 김 감독은 4번 자리를 고집하고 있다.
실제로 노시환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89, 장타율 0.270에 머물고 있다. 중심타자로서 기대되는 클러치 능력은 실종됐고, 득점권 타율도 0.200 초반에 불과하다. 팬들은 “노시환은 사실상 쉬어야 할 선수인데, 김 감독은 계속 밀어붙인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반응도 싸늘하다. “노시환은 보호받는 선수냐”, “김경문 감독은 특정 선수에만 유난히 집착한다”, “팀이 1위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특정 선수 성장 실험실이 됐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팬들은 “이럴 거면 가을야구도 기대하지 말자”며 냉소를 보냈다.
관중석도 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올 시즌 대전구장은 이례적으로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열기가 뜨거웠지만, 이날은 8회부터 빠져나가는 팬들이 줄을 이었다. 팀이 보여준 어수선한 경기력과 답답한 운영에 팬들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앞날은 밝지 않다. LG와 격차는 벌어지고, 롯데와 두산이 거세게 추격해 오고 있다. 선발진 불안, 수비 붕괴, 타격 라인의 구멍이 동시에 겹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지금처럼 ‘맹신의 야구’만 고집한다면 한화는 단순히 선두 경쟁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2~3위권 수성조차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믿음과 고집은 지도자의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의 한화에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시환의 부진을 외면한 채 기회를 주는 운영, 기본기를 망각한 수비, 그 속에서 멀어지는 팬심. 김경문 감독은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팬들이 등을 돌린다면, 한화의 질주는 결국 허상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하게 될 뿐이다.
사진/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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