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등학교 현장에 전면 도입되면서, 서울 주요 대학들이 2026학년도 대입부터 ‘전공 연계 권장과목’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들은 스스로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야 하며, 대학은 이를 전공 교육과정과 연계해 신입생 선발에 반영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권장과목은 대학이 특정 모집단위 지원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이수하길 권하는 교과목으로, 필수는 아니지만 전공 적합성과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향후 대입을 대비해 어떤 과목을 선택·이수할지가 합격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 서울대, 가장 구체적 권장과목 발표 = 서울대는 전국 대학 중 가장 먼저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발표한 대학이다. 앞서 2024학년도부터 권장과목과 교과이수기준을 적용한 서울대는 올해도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평가에 권장과목과 교과이수기준 충족 여부를 평가에 반영한다.
서울대는 대입 개편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8학년도 전까지는 올해와 내년 대입에서는 큰 틀에서 비슷한 전형구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입시 안정성 제고 차원에서 올해와 내년까지도 입시 기조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대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이라면 서울대가 제시한 권장과목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핵심 권장과목은 학과(부)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며, 권장과목은 학과(부)에서 공부하기 위해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이다.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권장과목은 사실상 인문계열보다는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집중돼 있다. 서울대 측은 “권장과목을 제시하지 않은 모집단위는 학생의 진로·적성에 따른 적극적인 선택과목 이수를 권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연과학대학의 경우 공통된 핵심 권장과목으로 미적분이 포함돼 있으며, 모집단위에 따라 확률과 통계, 기하, 물리학Ⅱ, 지구과학Ⅰ, 화학Ⅱ, 생명과학Ⅱ, 물리학Ⅱ 또는 화학Ⅱ 또는 지구과학Ⅱ 등을 제시하고 있다. 권장과목으로는 모집단위별로 다르지만 확률과 통계, 지구과학Ⅱ, 물리학Ⅱ, 기하 등이 포함돼 있다.
공과대학 또한 핵심 권장과목에 공통적으로 미적분이 포함돼 있으며, 모집단위에 따라 확률과 통계, 기하, 물리학Ⅱ를 요구하고 있다. 권장과목으로는 확률과 통계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외에도 농섭생명과학대학, 사범대학, 생활과학대학, 수의과대학, 약학대학, 의과대학, 첨단융합학부 등에도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춰 핵심 권장과목과 권장과목이 제시돼 있으며, 경제학부를 제외한 인문계열, 예체능계열은 핵심 권장과목과 권장과목을 요구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과목 선택은 수험생의 진로와 적성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이뤄지되, 전공 연계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며,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역량 평가 모두에서 권장과목 이수 여부를 참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경희대·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중앙대, 공동 연구 통한 권장과목 제시 = 지난 2023년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는 공동 연구를 통해 자연계열 전공에 필요한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을 정리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수학·과학 계열에서는 수학Ⅰ·Ⅱ·미적분·기하, 확률과 통계 등 심화 과정과 물리학·화학·생명과학 등의 이수가 제시됐으며, 공학 계열은 물리학 심화와 미적분, 기하 과목이 권장됐고, 화학·생명 관련 학문은 화학 심화, 생명과학 심화 과목이 포함됐다.
2026학년도 입시에서 권장과목은 대학별로 다르게 반영된다. 이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모집단위별 권장이수 과목은 필수이수과목이 아닌 대학과정을 수학하기 위한 권장과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려대의 경우 권장과목은 자연계열에만 적용하며, 수학은 ‘기하’만 제시하고 있다. 사이버국방 데이터과학 수학 수학교육 컴퓨터 스마트보안 인공지능의 7개 모집단위만 적용된다. 과학은 모집단위별 권장과목을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학과별 특성에 맞춰 화학, 생명과학, 물리학, 지구과학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공대(자율전공선택제)는 물리/화학/생명과학 중 2과목 이상 이수하면 된다.
연세대의 경우 권장과목 이수가 타 대학에 비해 다소 까다롭다. 뿐만 아니라 관련 과목을 학교가 개설하지 않았을 경우 외부 공동교육과정을 활용하거나 유사 과목을 이수할 것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또한 권장과목은 자연계열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수학/과학 과목을 중심으로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을 제시했다. 학문 분야를 14개로 구분해 모집단위별로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에서 수학, 과학 과목을 제시했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중앙대와 경희대 또한 자연계열 권장과목을 안내하며 서류평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성균관대만 공식적으로 평가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
공동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들도 전공 관련 교과영역을 제시하면서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다. 동국대는 학생부위주전형 가이드북을 통해 계열별 권장과목을 제시했으며, 숙명여대 역시 전공별 권장과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외에 한양대·이화여대·인하대·한국외대·서강대·서울시립대 등 다수의 대학들도 권장과목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거나 일부 계열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권장과목, 선택이 아닌 사실상 필수 …점차 확대될 전망 = 입시 전문가들은 권장과목이 단순한 ‘참고용’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적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장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더라도 지원이 가능하지만, 해당 과목 이력이 부족한 경우 학업역량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학은 향후 권장과목 미이수 시 감점 요소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시 전문가는 “서울대의 권장과목 기준은 학생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전공 연계성을 확보한 사례”라며 “향후 다수 대학이 유사한 틀을 도입하면서 권장과목 이수 여부가 대입 당락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 시행 첫 세대가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대학들의 권장과목 발표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권장과목이 도입되고 있지만, 지방 거점국립대와 수도권 대학 등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입시 전문가들은 권장과목 제시가 단순히 학생부를 채우기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전공 학습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길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수험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대학 권장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과목 선택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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