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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달러 패권과 통화정책’을 주제로 실바나 테네이로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고정환율제를 통한 물가 안정은 환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무역의 10% 남짓이 미국과 관련돼 있지만, 전체 교역의 5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대미 수출 비중은 20% 미만이지만, 수출의 85% 이상이 달러로 청구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도 대미 교역은 20%도 안 되지만, 수출의 거의 100%를 달러로 결제한다.
이러한 ‘달러 패권 구조’ 때문에 환율 변동이 무역에 미치는 효과가 과소평가 됐다는 게 테네이로 교수의 주장이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교역의 절반 이상이 달러로 가격 책정되고, 그 가격이 단기적으로 경직적이어서 환율 변동이 수출가격·물량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본다. 따라서 환율은 경기 안정화 수단으로서 힘을 잃었고, 신흥국은 자본통제·거시건전성 규제 등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테네이로 교수는 “실제 신흥국 수출품의 70% 이상은 석유·곡물 같은 원자재나, 제품 간 차이가 거의 없는 단순 상품으로 구성돼 있어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더라도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또한 원자재 가격 급등락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면 수출국은 자산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수입국은 경기 불안정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은 환율을 일정 부분 유연하게 두어 충격을 흡수하고,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달성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환율을 경직되게 묶는 대신 환율 변동을 충격 흡수 장치로 활용하고, 인플레이션 관리에는 금리·통화정책 수단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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