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신축 선호' 현상을 중심으로 가격이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가 위축되는 시장 상황에서도 신축은 비교적 활발한 거래를 이어가는 반면, 구축 아파트는 매물만 쌓이는 ‘거래절벽’ 양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이런 통념과는 달리 5~15년 사이 준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오히려 신축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준공연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2023년 1월부터 2025년 8월 1주까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연식은 준공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11.4%)로 집계됐다.
뒤이어 △5~10년 이하(10.36%) △5년 이하 신축(9.94%) △20년 초과(6.26%) △15~20년 이하(5.67%) 순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2010년대에 준공된 단지들이 최근 2년간 가장 높은 시세 상승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단순히 ‘신축이니까 오른다’는 공식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축 아파트의 상승률이 기대보다 낮았던 이유는 초기 분양가 자체가 이미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제한이 일부 단지에 적용되고는 있으나, 서울 전체적으로 신축 분양가는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므로 애초에 고분양가로 시작한 단지는 시세 상승 여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구축 아파트, 신축의 절반밖에 안 돼
반면 준공 5~15년 사이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매매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는 데다가 지하주차장·커뮤니티 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실거주 수요가 탄탄하다. 구조적 경쟁력과 입지, 생활 편의성 등이 검증된 점도 매수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편 준공 15년~20년차 아파트는 가격 상승률이 가장 낮은 구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곧 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품군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대단지 중에서는 지하주차장과 커뮤니티를 갖춘 ‘가성비 아파트’를 선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신축 아파트가 밀집된 마포구는 이러한 저평가 단지와 고가 아파트가 공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준공된 ‘염리삼성래미안’(574가구)은 최근 전용 84㎡가 16억 원 전후에서 거래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지만, 여전히 인근 신축 대비 시세는 60~70% 수준으로 입지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격이 회복 중이다.
이 외에도 2009년 준공된 ‘밤섬경남아너스빌’(광흥창역 인근) 전용 84㎡ 기준 시세는 저층이 13~14억 원, 중고층이 14~15억 원으로 인근 신축 아파트의 절반 수준이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