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오사카 엑스포와 국가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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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미래] 오사카 엑스포와 국가 브랜딩

경기일보 2025-08-20 19:08: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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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막을 올린 오사카 엑스포가 반환점을 돌았다. 개막 전만 해도 폭증하는 건설비와 일본 내 무관심으로 우려를 샀지만 어느덧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첨단 기술이 빛의 속도로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 특정 장소에 특별히 새로운 것도 없는 기술과 전시물을 모아 선보이는 엑스포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정은 엑스포라는 플랫폼의 진화를 간과한 것이다. 세계 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 다양한 국가의 풍물과 신기한 기술을 전시하던 초기의 만국박람회와는 달리 현대의 엑스포는 미래 사회의 시스템을 시험하고 인류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거대한 실험실이자 각국의 기술, 문화, 철학이 총동원되는 ‘국가 브랜딩의 올림픽’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사카 엑스포의 공식 주제인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에서 ‘생명’을 뜻하는 일본어 ‘이노치(いのち)’는 단순한 개별 생명체를 넘어 자연과 우주에 연결된 생명 생태계의 거대한 순환을 상징한다. 일본은 다소 식상해 보일 수 있는 서구의 지속가능성 담론을 전통문화와 연결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탄생시켰고 이를 엑스포의 대표적 상징물인 ‘그랜드 링’을 통해 구체적인 미학과 기술력으로 구현해냈다.

 

둘레 약 2㎞에 달하는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은 각국 전시관을 품는 울타리인 동시에 관람객에게는 시원한 그늘과 산책로를 제공하며 일본의 전통, 기술, 미학을 하나의 구조물에 응축해 보여준다. 과거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국가의 미래 비전과 철학을 건축물로 체화시킨 것이다.

 

일본이 전통과 미래를 건축으로 융합했듯 다른 국가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자국의 비전과 핵심 가치를 콘텐츠로 브랜딩했다.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의 로켓 발사를 재현한 몰입형 영상으로 프런티어정신과 기술력을 과시하며 인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선도자 이미지를 각인시켰으며 프랑스는 자국 고유의 장인정신(savoir-faire)과 삶의 예술(art de vivre)을 우아하게 선보이며 문화강국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관도 방문객 140만명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 급증한 건설비로 규모가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K-컬처와 첨단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그리고 한국관의 키워드인 ‘with hearts’에 걸맞은 파견 직원들과 청년 서포터즈의 진심 어린 노력으로 다른 주요 국가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호평받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개별 콘텐츠 및 운영상의 성과와는 별개로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국가적 지향점, 즉 철학과 미학의 일관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 전략의 부재 속에서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총체적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우리 시스템의 고질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쟁국보다 1년 늦게 뛰어들어 냉정한 분석 대신 희망 섞인 낙관론에 기댄 채 막판 총력전에만 매달렸던 전형적인 ‘한국형 추진 방식’의 한계였기 때문이다.

 

엑스포는 문화, 기술, 산업, 그리고 철학이 총동원된 국가 브랜드의 경연장이다. 그리고 한 국가의 진정한 저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로 엮어 내는 보이지 않는 힘, 즉 국가 거버넌스의 깊이에서 나온다. 우리의 다음 엑스포는 바로 이 근본적 지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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