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13일 폭우가 쏟아진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119 신고가 폭주하며 현장 조치가 늦어지고 있을 때 흙탕물로 완전히 잠긴 도로로 고무장갑을 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걸어왔습니다.
이 남성은 망설임 없이 손을 넣어 배수구 덮개를 들어 올린 뒤 토사와 이물질을 쉼 없이 빼냈는데요.
무릎 아래까지 차오른 빗물에 얼굴과 어깨까지 다 젖었지만, 그는 묵묵히 막혀 있던 배수구 4개를 뚫었습니다.
20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김동희(31) 씨가 침수 현장에서 약 35분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씨는 당시 집중호우로 집 안이 침수되자 밖으로 나왔고 큰 길가부터 물이 차오른 것을 보고 배수구를 살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김씨는 집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나왔고 편의점에서 고무장갑을 구매한 뒤 지도 앱을 보며 배수구의 위치를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예상대로 배수구 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토사가 가득했고 김씨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이물질을 빼내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는 회오리 형태로 물이 빠지는 모습이 보이면 다른 배수구를 찾아 차례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 결과 15분 만에 눈에 띄게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한 상인은 "가게 안까지 빗물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돌아다니며 배수구를 뚫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는데요.
김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섰을 뿐"이라며 "누구라도 해야 할 일,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제작: 김해연·변혜정
영상: 독자 제공·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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