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을 전면 개편할 것을 지시한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임대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가 여당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공급 방식의 근간을 흔드는 논의인 만큼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밀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LH의 택지매각 방식,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는 LH의 택지 공급 방식을 임대형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현재 LH는 주로 원주민 토지를 수용해 조성한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한다. 매각해 얻은 차익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적자를 보전하는 '교차보조' 방식이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개발이익이 민간 건설사와 초기 분양자에게 돌아가 공공이 환수하는 개발이익이 적고 주택 분양가를 높이는 지렛대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은 "LH의 택지 매각과 분양주택 공급은 고가이고 투기가 유발될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며 "한국 사회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시장 안정,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LH의 택지 공급 방식을 임대형으로 전환하는 구상을 내놨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한 채 임대료를 받고 토지 개발 및 사용 권리를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론적으로 개발이익을 공공인 LH 등이 정기적으로 환수할 수 있고 건설 비용만 있으면 비교적 부담 없이 토지를 임대할 수 있어 주택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토지임대제를 근간으로 하는 해외 국가로는 대표적으로 중국과 싱가포르, 핀란드 등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가 국유지의 사용권을 사용자에게 임대하고 있으며 1990년대부터는 토지사용료를 매년 납부받는 연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토지수용으로 국유화한 뒤 모든 용지의 85% 이상을 임대로 공급하고 있다. 경매방식을 적용해 일시불로 낙찰자에게 토지를 공급한다.
프로젝트 단위로는 미국 뉴욕 배터리파크 시티 사례가 있다. 1970년대에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공사의 건설비용을 토지임대로 충당했으며 1990년대부터 매년 1억~2억달러의 안정적인 재정수입을 환수해 저소득층 임대주택 등에 투입하고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공공택지의 토지임대료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같은 사업지구 내에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의 적자를 메꾸는 교차보조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간의 공공택지 공급 방식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시도인 만큼 우려도 상당하다. 임대형 택지의 개발 이익이 줄어들면 민간 건설사의 관심 자체가 떨어지고 민간이 소유한 택지의 부동산 개발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결국 반(半)은 민간이, 반은 공공이 함께 택지와 주택을 공급해 개발이익을 공공이 더 많이 환수하는 모델인 만큼 민간 건설사와 시행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매력이 얼마나 클 것인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 소장도 "임대형으로 공급하는 신규 택지 내에서는 스스로 재정을 조달하도록 하고 기존 공공임대주택에서 발생하는 적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만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다면 그런 지역의 선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그 밖의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도록 세제를 개혁하고 금융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는 방식이 개발 주체의 선호도가 높고 빠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퇴색돼 개발이익 자체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택지에 민간 건설사가 지은 주택에는 분양가 상한제와 투기를 제한하기 위한 장치가 적용되는 만큼 현 방식과의 객관적인 평가와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대제는 개발이익을 장기간 서서히 환수하게 되는 만큼 안정적인 재원 투입도 필수적이다. 현재 LH 공공임대주택만의 손익은 2020년 1조4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조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2028년에는 약 3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공주택 공급 비용에 동원되는 주택도시기금도 여유자금이 2021년 말 29조원 규모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9조3000억원까지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델로 거론되는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매년 7조원 이상의 연금보험 재정을 투입해 공공택지와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당장 임대형 위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한다면 임대료를 걷기까지 버텨줄 재정 확보가 가능한지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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