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연이은 대형 수주 소식에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선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발맞춰 지원에 나섰다. 테일러시는 반도체 공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확장하고 지역 치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산업 인프라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공장 가동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교통 혼잡과 치안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테일러시 의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인근 도로 확장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장 가동 후 예상되는 교통 체증은 물론, 장기적인 확장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테일러시 의회와 텍사스 교통부는 시내에서 삼성전자 공장으로 이어지는 FM973 도로 확장을 검토 중이다. FM도로는 텍사스주에서만 있는 특수한 도로로 'Farm to Market(농장에서 시장까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현재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산업 물류 수송로를 위한 산업용 도로란 의미로 사용된다. 관리 권한이 카운티와 시의회에 있어 미국 정부의 승인 절차나 간섭이 없다는 점에서 신속한 착공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현재 FM973 도로는 길이 4㎞의 2차선 도로에 불과하다. 테일러시는 향후 교통 혼잡을 예방하기 위해 6차선까지 넓힐 계획이다. FM973 도로 교통량은 이미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일일 평균 통행 차량은 1만6400대였으며, 텍사스 교통부는 2050년이면 하루 약 6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FM973 도로는 교통체증과 안전 문제로 인해 지역사회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2년간 FM973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63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3건은 대형사고로 집계됐다. 주말을 제외하면 이틀에 한 번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사고 다발 구간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공장의 원활한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테일러시 의회는 "확장 공사는 안전 개선을 최우선으로 추진 중"이라며 "교통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테일러시는 교통망 확충과 함께 치안 강화에도 나선다. 대규모 인구 유입에 따른 범죄 증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작은 도시에서 외부 인구 유입이 급격히 늘면 지역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과거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촉발된 BLM(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로 미국 전역에서 상업·산업 시설이 약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던 전례가 있다.
테일러시는 감시 카메라를 확대 설치해 예방적 대응에 나섰다. 이달에만 18대를 추가했고, 향후 설치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현지 매체 키 오스틴은 "작은 범죄가 대형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 공장이 테일러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이 막대한 만큼, 치안 대책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를 향한 지역 인프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 고속도로(Samsung Highway)'가 개통됐고, 각종 세제 혜택과 조례 개정을 통해 공장 건립을 지원해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일러시 의회 역시 삼성전자만큼이나 이번 공장의 성공이 절실하다"며 "그간 공장 가동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압박이 커졌는데, 최근 대규모 수주 성과로 분위기가 달라지자 인프라 투자를 서두르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와 기업 간 협력이 성패를 가르는 열쇠라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전략과 미래 반도체 패권에서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며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은 긍정적 신호로, 향후에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현재 91.8%의 공정률을 기록 중이다. 당초 지난해 4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고객사 확보 지연으로 올해 10월 말로 일정이 연기됐다. 다만 최근 테슬라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 수주에 성공하면서, 공사 속도는 다시 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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