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노동 참여 감소 ‘뚜렷’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의 ‘사회안전망 정책’ 세션에서는 세계 각국의 기본소득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팀은 ‘서울 디딤돌 소득’ 시범사업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의 85% 이하(자산이 약 3억 2600만원)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의 50% 이하 가구, △50~85% 구간 가구 두 집단으로 나눴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비와 생활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으나, 동시에 노동공급을 줄이는 부작용도 확인됐다.
전반적으로 식품 소비 5%, 의료비 3% 증가 등 기본 생활 지출이 늘었다. 교육·훈련 지출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노동 공급은 크게 줄어들었다. 중위소득 50% 이하의 고용률은 12.5%포인트, 50~85% 구간의 가구에서는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로 인해 노동소득은 감소했으나, 정부 지원금을 합친 총소득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 교수는 “다만 소득 지원이 정신건강에는 단기 개선 효과로 이어져 사회적 안전망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소멸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노동 참여가 줄어드는 한국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은 두 개 주에서 저소득층 1000명에게 매달 1000달러를 3년간 지급하고, 2000명의 대조군에는 매달 50달러를 지급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현금 지원을 받은 집단은 지원금 외 소득이 연간 약 2000달러 줄었고, 고용시장 참여율도 3.9%포인트 감소했다. 주당 근로시간은 본인과 배우자 모두 평균 1~2시간 감소했고 줄어든 시간은 대부분 여가활동으로 대체됐다.
연구진은 “근로의 질이나 인적자본 투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생산적 활동으로의 보상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에서 출생 직후부터 저소득 가정에 월 333달러를 지급한 결과 아동 관련 지출과 학습 활동 시간이 증가했고, 일부에서는 빈곤율과 공적급여 의존이 줄었다. 그러나 취업률이나 전반적 복지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파키스탄, 사회적 인식·정치 성향 변화 없어
개도국인 파키스탄의 펀자브 지역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다. 현지 농촌 1만 5000가구에 620달러 상당의 일회성 자산이나, 동일 규모의 조건 없는 현금을 제공한 뒤 주민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 결과 수혜 가구는 소득과 자산이 크게 늘고, 마을 전체의 불평등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인식은 실제 개선 속도에 비해 둔감했고, 재분배 태도나 정치적 성향 변화도 크지 않았다.
연구진은 “빈곤 완화 정책이 경제 현실을 바꿀 수 있지만, 사회적 인식 전환은 더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