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20여년 만에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고 있다. 10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무신사는 공격적인 오프라인 진출과 사업 다각화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다만, 자회사 수익 악화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18일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부감사인으로 안진회계법인을 지정받은 데 이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3인을 신규 선임하는 등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도 착실히 밟았다. IPO 추진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이번 조치는 사실상 절차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무신사 박준모 대표는 지난 6월 열린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서 “글로벌 사업 진출을 위해선 물류 인프라와 오프라인 거점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IPO는 이를 위한 중요한 재원 확보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기점으로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상장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20년 만에 국내 대표 플랫폼으로
무신사의 출발점은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이름 그대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뜻을 가진 사이트는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사진과 후기를 공유하는 공간에 불과했다. 수익 모델은 없었지만 2003년 ‘무신사 매거진’, 2009년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를 열며 점차 패션 콘텐츠와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2년 법인 전환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 체제를 갖췄고, 현재는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무신사는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끈 기업으로 꼽힌다. 대형 패션몰이 흔들리는 동안 온라인 기반과 커뮤니티 성격을 결합한 ‘무신사 스토어’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1년에는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홍대에 열며 온라인 한계를 넘어섰다.
현재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 수는 무신사 스탠다드 28개, 무신사 스토어 4개, 무신사 엠프티 2개, 이구갤러리 3개, 이구홈 성수 등 총 40여개다. 내년 상반기에는 6600㎡ 규모의 초대형 복합 매장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열 예정으로, 패션·뷰티·스포츠·F&B를 아우르는 새로운 리테일 실험에 나선다.
실적 성장과 IPO 기대감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2427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거래액은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패션 업계가 소비 둔화와 온라인 경쟁 심화로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929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을 기록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와 오프라인 매장이 매출을 견인했고, 카테고리 다각화와 옴니채널 전략이 안정적 성장 기반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흐름은 IPO 추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10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무신사는 2023년 시리즈C 투자 유치를 통해 글로벌 투자사 KKR과 웰링턴매니지먼트로부터 240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3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불과 2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셈이다.
자회사 적자라는 부담
무신사의 성장 이면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현재 무신사가 보유한 자회사 16곳 중 13곳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 1분기 기준으로도 자회사 15곳 중 12곳이 적자를 냈으며, 전체 매출 기여도는 10% 남짓에 그쳤다.
무신사는 지난해 일부 자회사를 청산하거나 흡수합병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패션 전문 MCN 자회사 ‘오리지널랩’과 지속가능성 플랫폼 ‘무신사랩’을 정리했고, 올해 초에는 어바웃블랭크앤코를 청산했다. 3월에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SLDT와 합병하기도 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올해 4월 선포했던 비상경영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단기간 내 재무 구조 개선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공격적인 오프라인 매장 개점, 사업 분야 확대도 동시에 추진된 만큼 수익이 안정화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글로벌 확장의 성패
무신사가 IPO를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시장이다. 일본에 ‘무신사 재팬’을 세우고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롯데면세점 도쿄 긴자점에 첫 해외 상설 매장을 열었다. 올해 안으로는 중국 진출도 예정돼 있다.
박 대표는 일본과 중국을 시작으로 내년 싱가포르와 태국, 오는 2030년까지 미국·캐나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으로 진출해 글로벌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무신사 강남점에는 외국인 고객이 자주 찾는 모자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다국어 안내문, 택스프리 결제 지원을 도입하는 등 해외 고객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의 성공 방정식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은 경쟁자가 훨씬 많고, 물류와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글로벌 인프라 구축과 현지화 전략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일지가 관건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향후 구체적인 계획 및 전략과 기대효과 등과 관련해서는 주관사 선정 이후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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