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K푸드의 대미(對美) 수출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 여파가 현실화된 데다, 미국 내 소비 심리 둔화가 맞물리며 수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0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농식품 대미 수출액은 1억3,900만 달러(약 1,900억 원)로, 전년 동월 대비 6.7%(1,000만 달러) 감소했다. 2023년 5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주요 수출 품목의 감소폭이 컸다. 라면 수출은 17.8% 감소한 1,400만 달러에 그쳤고, 과자류는 25.9%(700만 달러) 감소한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소스류(-7.2%), 인삼류(-13.4%) 등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증가세다. 1월부터 7월까지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0억7,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지난 6월의 27%에서 둔화된 양상이다.
업계는 이번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예고한 보복성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선출하 현상을 지목하고 있다. 삼양식품 측은 “고율 관세를 앞두고 미국 수입업체들이 6월까지 수입 물량을 대거 확보했다”며 “7월에는 그 여파로 물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닭볶음면 등을 중심으로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은 올해 2~6월 매달 2,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며, 6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7% 급증한 2,9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만이 변수는 아니다.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와 식료품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AP-NORC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57%는 식료품비 지출을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식품기업들도 현지 수요 위축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CJ제일제당의 미국 사업 매출은 2분기 달러 기준 2.6% 감소했고, 농심은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성장세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수출 둔화 조짐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송미령 장관 주재로 올해 세 번째 ‘K푸드 플러스 수출 확대 추진본부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농기자재까지 포함한 연간 수출 목표액으로 140억 달러를 제시한 바 있으며, 7월 전체 농식품 수출액은 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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