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꾸미는 말을 줄이고 하고픈 말을 한 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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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꾸미는 말을 줄이고 하고픈 말을 한 줄로

연합뉴스 2025-08-20 05:55:01 신고

3줄요약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은 압니다. 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가 고전인 것을. 책은 문장에 대해 강의하듯 쉽게 이야기합니다. 괜히 강화(講話)가 아닙니다. 1940년에 초판이 나온 책은 갈수록 맛이 깊어집니다. 인용도 자주 되고요. 읽을 만한 책들의 특징은 그 점에서 일치합니다.

이 책이 다룬 퇴고(推敲)론에 회자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관대보다 없어도 좋은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문장에 있어선 미덕이 된다." 그러고선 예로 든 표현을 고칩니다. 지금 마악(막) 운동을 하다 돌아옴인지(돌아왔는지) → 마악 운동을 하다 돌아옴인지 / 책보를 들지 않은 다른 팔로 → 책보를 들지 않은 팔로 / 골목이 온통 왁자하게 → 골목이 왁자하게 ……. 작가가 보기에 지금, 다른, 온통은 없어도 좋은 말입니다. 마악('막'은 '바로 지금')이 있으니 지금은 불필요합니다. 왁자하게가 온통의 느낌을 주는 말이니 온통은 군말일밖에요. 팔이면 충분하지 다른이라는 수식어는 의미없습니다. 작가는 마무리합니다. "이 없어도 좋을 말을 다 뽑아 버려 보라. 잡초를 뽑은 꽃이랑처럼 한결 맑은 기운이 풍길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준국어대사전

[촬영 고형규]

잡초 제거의 미덕을 짚는 이태준의 열강을 우러릅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론 금언은 다들 대동소이한 까닭입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스티븐 킹),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볼테르) 같은 말을 떠올립니다. 수사의 유혹이 강렬할 때 말입니다. 뭐든 글감이 된다곤 하지만 두드리던 자판을 멈춰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 작가가 전한 '대통령 노무현의 글쓰기 원칙'입니다. 실천은 늘 어렵습니다. 생각을 우려내고 거듭 쓰고 다듬는 일을 되풀이하는 수밖에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이태준, 『문장강화』, 작가문화, 2003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북토피아)

2. 은유, 『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도서출판 유유, 2016

3.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미디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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