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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균형은 이미 여러 갈등 사례로 드러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이유로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씨유 가격을 60.9% 인상했다. 국제 시세가 안정되자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가맹점주들은 “공급가 변동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가격을 올리고 내린 사실보다 점주와 협의 없이 원·부자재 가격을 일방적으로 조정했다는 점이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으로 물류 공급이 끊겨 매장이 강제 폐쇄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실제로 서울 상도동 가맹점은 본사와의 갈등 끝에 공급이 중단돼 영업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문을 닫았다. 피자헛은 가맹점에 공급가를 허위로 안내해 사기를 쳤다는 이유로 점주들과 현재 법정 다툼 중이다. 이처럼 일부 프랜차이즈는 점주를 ‘동반자’가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한 하청업자로 취급하며 갈등을 키워 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치킨 브랜드 60계치킨은 이례적인 길을 택했다. 이 브랜드는 점주를 부자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단순히 점주가 먹고살 정도로 유지되는 수준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한다.
매장 확장 전략부터가 다르다. 현재 60계치킨의 매장은 700개가 조금 넘는다. 가맹점을 늘리는 것이 곧 매출 확대인 업계에서 이 회사는 점포 확장을 일부러 제한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점주의 지역 영업권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서다. 가맹 수익 확대라는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고 이미 함께하는 점주들의 매출을 보호하는 장기적 신뢰를 택한 것이다.
가맹 조건도 기존과 다르다. 월세가 일정 금액 이하인 점포만 허용하고 점주가 직접 치킨을 튀길 것이라는 기준을 세워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고 점주가 매장 운영에 책임감을 갖도록 했다. 본사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마케팅 전문가를 직접 육성해 점주들이 배달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했고 소형 주방 중심의 배달 특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한 투자도 주목할 만하다. 한 통의 기름으로 60마리까지만 튀긴다는 약속을 내걸고 이를 위해 매일 매장에 튀김용 기름 한 통을 무상 공급한다. 더 나아가 주방을 실시간 공개하는 앱을 만들어 소비자가 직접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광고비와 방역 비용, 봉사활동에 필요한 치킨도 본사가 전액 부담해 점주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심지어 인테리어 시공업체조차 점주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가맹점은 본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가 점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이 정책 전반에 깔려 있다.
이런 사례는 업계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프랜차이즈가 본사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를 고수한다면 갈등과 소송이 반복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대로 점주와 본사가 이익을 공유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 때 비로소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정부와 업계에도 과제가 있다. 첫째, 원·부자재 공급가 변동 시 가맹점과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가격 변동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협의를 거치는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공급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공시제가 필요하다. 원재료·물류 비용 구조를 가맹점과 공유하도록 해 갈등의 불씨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영업권 보호 장치를 강화해 본사가 무분별하게 신규 가맹점을 늘려 기존 점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
프랜차이즈의 진정한 성공은 본사만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점주와 함께 부자가 되는 것이다. 60계치킨의 사례는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답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진정한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본사·점주·정부가 함께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소상공인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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