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백녹하의 귓가에 속삭입니다.
"지금 어머님께 위독하십니다."
수많은 조명이 쏟아지고, 박수가 터지는 그 찰나에,
녹하에겐 그 한 마디가 전부가 되어버립니다.
이름이 불리는 장면과 동시에,
인생 최악의 날이 되어버리는 순간입니다.
그럼에도 녹하는 대상 소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잘 그려지고,
그녀의 매니저는 차를 몰면서 말합니다.
“그래도 대상 소감까지 티 안 내고 잘했어.
네 팬 그리니들도 감동이라고 우시더라.”
참 다정한 말이지만,
그 다정함마저 위로가 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녹하는 매니저에게 말합니다.
“언니 고마운데, 일단 병원부터 가면 안 될까.”
이에 매니저도 당황해하며 바로 반응합니다.
“다, 당연하지. 내가 진짜 빨리 갈게.”
그런데 여기서 드러나는 내면의 갈등이 있습니다.
녹하는
“팬들, 그리고 엄마를 위해서 상을 받는 게 맞다는
대표의 말을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라고 합니다.
어쩌면, ‘딸'로서 보다는 ‘가수 백녹하’로서
더 오래 살아온 삶이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도
갈피를 못 잡는 걸지도 모르겠는데요.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이었을까,
여론이고 뭐고 그냥 바로 나왔어야 했던 건 아닐까,
라는 자책이 이어지지만,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모두가 실망했을 거야.
엄마도 세 번째 대상을 보고 싶다 하셨는걸.”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표에게서 엄마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됩니다.
감정이 무너지고, 차를 세워 토하기까지 하며
눈앞이 온통 흩어지는 순간이 이어집니다.
자기가 직접 갈걸 그랬다며 자책하고,
“망할 신이 있다면 돌려내!”라고 소리칩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옵니다.
“엄마가 보고 싶냐고, 들어줄 수 있다”고요.
처음엔 환청이거나, 충격에 의한 망상 같지만,
앞을 보니 진짜로 ‘검은색 솔방울’ 같은 형체가
말을 걸고 있습니다.
“내가 너무 충격을 받았나? 무슨 솜방울이 말을...”
당황한 녹하는 주변을 둘러보지만 매니저도, 차도,
다른 차들도 전부 사라진 상태입니다.
마치 시간의 틈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요.
그때, 혼란스러워 하는 그녀를 앞에 두고
의문의 존재가 중얼거리기 시작합니다.
“10년 차 싱어송라이터이자 아이돌,
데뷔 초부터 상을 휩쓸고 연말대상도 두 번이나 수상.
대한민국 대표 여자 솔로이자 노력파 톱스타.
3년 연속 대상 수상자로서 아이돌의 정점을 찍게 되다.”
이 대목은 그녀가 이뤄낸 성취를 되새기는 동시에,
마치 누군가 놀리듯이 들리는데요.
그러자 여주는 소리칩니다.
“누구 놀리냐고!”
하지만 검은 솔방울은 진지하게 말합니다.
엄마를 살려주겠다고요. 대신 제안을 들어달라고 합니다.
녹하는 말합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그러자 솔방울은 묻습니다.
“다음 생에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뭘 가져가겠냐.”
녹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합니다.
“목소리.”
그 말과 함께, 모든 게 암전 되고 여주는 의식을 잃습니다.
다음 장면에서 눈을 떠보니,
화면엔 시스템 메시지가 떠 있습니다.
[System]
[축하합니다! 당신은 ‘윤청’이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지금부터 그녀는 1년 후 데뷔하고,
2년 뒤에 해체하는 걸그룹 ‘스틸블루’의
멤버 ‘윤청’으로 살게 된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망할 운명의 걸그룹’을 과연 그녀가 어떻게 이끌고
바꿔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이 첫 화는 굉장히 빠른 전개로 많은 사건을 몰아붙이지만,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몰입력 있는 스토리인데요.
다음 화에서 '윤청'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살아가게 될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걸그룹이라는
집단생활을 시작할지, 무대 위 혼자였던 톱스타가
팀이라는 존재 안에서 다시 관계를 맺고
목표를 이뤄야 하는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스토리가 꽤 무겁고 감정적으로 진지하게 흐르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만큼 여주인공의 단단한 내면과
주체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작품인데요.
주인공이 망할 운명의 그룹의 리더가 되어
또다시 정점에 설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카카오 페이지에서
<
망할 운명의 걸그룹 리더가 됐습니다>를 감상해 주세요!
재미있게 읽었다면, 다음 리뷰도 기대해 주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