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접경지역인 민간인출입통제선 너머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국회를 찾아 피해 없이 농사지을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접경지역이 지역구인 의원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실제 입법화가 진행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주시·접경지농민회연합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접경지역 농업·농촌·농민 권리 회복을 위한 법·제도개선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의원 연구단체인 접경지역 내일 포럼 등이 함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주시를 지역구로 둔 의원으로서 일상적인 출입 통제, 군부대 통행 제한, 농업 기반시설 설치 제약 등으로 겪는 불편과 고통을 현장에서 접했다”면서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불편의 차원을 넘어 생존권과 재산권 나아가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 만에 접경지역에 와서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말한 대통령이기에 여러분들이 겪는 애로 사항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접경지역 농민들은 군부대의 상시적인 출입 통제, 예고 없는 일방적 통행금지, 정치 상황에 따라 불안정한 생활과 안전 위험, 재산권과 생계권 침해까지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군사적 필요와 국민의 생존권과 생계권이 조화롭게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고향이 김포이며 군 생활을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했다. 접경지역에서 농사짓는데 어떤 힘든 일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접경지역 농민들은 각종 규제와 제한으로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러한 피해에는 특별한 대책과 제도적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국민주권정부는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로 대북확성기를 철거했다. 평화를 위한 변화가 단기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접경지역의 실질적인 평화 기반과 삶의 안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접경지역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법제도 개선을 통해 이들의 고충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특히 접경지 농산물이 담고 있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는 ‘평화의 밥상’을 통해 국민과 연결될 수 있다. DMZ 평화쌀, 민통선 생태콩과 같은 브랜드 상품화와 국민 참여형 평화 통일기금 조성은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접경지역의 농지는 앞으로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갈 농업의 중심지이자 생태환경의 중심지로 발전시켜야 한다. 접경지역이 생태와 평화 그리고 농업의 성장 동력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가해진 온갖 차별을 묵묵히 인내해 온 접경지역 농민들을 위해 국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통제와 긴장 속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자유롭고 평화롭게 농사지을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올 것 같다”라며 “결국 평화다. 평화가 일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직할 당시 ‘평화 경작지’ 사업이 추진된 바 있다”라며 “지금은 중단됐지만 그 정신만큼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대표는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했다. 이 조항은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지켜져야 하는 조항으로 접경지역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했다. 하 대표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하 접경지역법)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이하 군사기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접경지역법의 입법목적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농민들의 영농활동을 보장해야 하며 군사기지법도 불가피하게 농민의 영농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경우,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경기도 파주에서 농사를 짓는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김상기 회장은 “7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은 군의 민간인 통제로 민통선 출입 농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근본적인 해결은 민통선 해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이 말한 특별한 보상이란 무엇을 짓겠다는 게 아니라 접경지역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일상 속 평화밥상 차리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접경지 농산물을 구매할 시 자동 기금 적립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농민들의 제안에 국민 참여가 연결된다면 기후 위기를 넘어 평화를 일구며 통일을 준비하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말하기도 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민통선 출입을 몇 번 했는데 일일이 조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몇 명만 가도 시간이 지체돼 상당히 불편하다는 점을 느꼈다”라며 “최대한 불필요한 규제는 법적 개선을 통해 고쳐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 의장은 “접경지역 농민들이 정권이 바뀌거나 사건이 있을 때마다 고통받아 왔다. 이제는 제도적으로 빠르게 해결책이 나와야 하며 그런 날이 올 때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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