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황희찬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전술은 과거부터 일관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를 원하는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의 공격수 활용법이 황희찬과 잘 어울린다. 부활을 기대할 만한 이유다.
19일(한국시간) 황희찬이 울버햄턴원더러스를 떠나 크리스털팰리스로 임대 이적할 거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황희찬과 양 구단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 후 완전이적 조건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울버햄턴원더러스에서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은 황희찬은 새 시즌에도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의 선발 구상에 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스는 올여름 이적료를 고작 200만 파운드(약 38억 원) 지출했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맨 채 이적시장을 보냈지만, 최근 공격수 에디 은케티아의 부상과 에베레치 에제의 토트넘홋스퍼 이적 가능성으로 인해 공격진 보강은 필수로 떠올랐다.
글라스너 감독은 오스트리아 구단 LASK를 지도하던 시절 레드불잘츠부르크의 황희찬과 여러 번 맞대결했다. 2017년 처음 만난 경기에서 황희찬에게 선제골을 내줘 강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술적으로 황희찬 활용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공보다 속공 위주인 팀일때, 최전방과 2선을 넘나드는 프리롤일 때 가장 기량이 살아난다. 잘츠부르크에서 엘링 홀란과 투톱으로 뛰면서 자유로운 동선을 취하고, 그 뒤를 미나미노 다쿠미와 소보슬러이 도미니크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받쳐주는 식이었다. 4-4-2가 아니라 매우 공격적이고 자유로운 4-4-2였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PL) 입성 후 유일하게 10골을 넘긴 2023-2024시즌에는 3-4-2-1 포메이션의 스리톱 중 한 자리를 맡아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반면 정형화된 역할과 제한된 동선 속에서 황희찬은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4-2-3-1 대형에서는 원톱에도, 윙어에도 잘 맞지 않는다. 지난 시즌 울버햄턴에서 자리를 잃기 시작한 것도 4-2-3-1 포메이션의 윙어로 쓰이면서부터였다.
마침 글라스너 감독의 전술은 황희찬과 잘 맞는다. 글라스너 감독은 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뒤 순식간에 전진해 마무리하는 걸 좋아하며, 이때 똑바로 상대 골문을 향해 달리는 단조로운 역습이 아니라 공격자원 두세 명이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교란하고 마무리짓는 공격을 자주 보여준다.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도, 지난 시즌 팰리스를 잉글랜드 FA컵 우승으로 이끌 때도 기본 선수 배치는 3-4-2-1이었다. 황희찬이 울버햄턴에서 가장 잘 했던 대형과 같다.
기본적으로 글라스너 감독은 다른 팀에서 부진한 공격자원을 귀신같이 살려내고, 반대로 글라스너 아래서 잘했던 공격수가 타 구단에서는 부진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공격수 활용의 대가라 할 수 있는 감독이다. 그런 감독이 황희찬 활용법을 알고 러브콜을 보냈다면 부활할 가능성이 어느 팀보다 높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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