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김재수
휴대폰에 충전기를 꽂았다
한 시간 걸린다는 문자에
10, 20, 30%...
점점 채워지는 숫자도 보인다
오늘따라
힘이 없어 보이는 엄마
힘내라고 두 손을 꼭 잡았다
10, 20, 30%...
엄마가 충전되고 있었다
엄마가 빙그레 웃어 주었다.
삶을 충전하는 온기
충전은 기계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이 동시는 휴대폰을 통해 엄마를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 참 고단한 이름이다. 한 가정의 살림을 꾸려 가는 사람. 살림뿐 아니라 한 집안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 요즘엔 여기에다 바깥일(직장)까지 떠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발은 스무 개가 있어도 부족하다. 아이는 고단한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며시 다가가 손을 잡는다. 휴대폰에 충전기를 꽂듯이. 이에 힘을 얻은 엄마가 대답 대신 빙그레 웃는다. 휴대폰의 충전기와 아이의 손,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초등학교 강연을 할 적에 필자는 어린이들에게 꼭 당부한 말이 있었다. 집에 들어갈 때 ‘씩씩하게’ 들어가라고. 그러면 부모님은 제아무리 힘든 하루였다 할지라도 피곤하지 않다고. 여러분의 그 씩씩한 모습 하나가 부모님에겐 삶의 충전이 되는 거라고.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꼭 내 얼굴을 살피셨다. 나중에 커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자식은 부모님에게 하나의 충전기다. 이 동시는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김재수 시인은 거의 하루에 한 편씩 동시를 써내는 생산성 높은 작가다. 부럽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