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한전이 지난 1월16일 WEC와 맺은 지재권 분쟁 종료 합의문에 체코 원전 수출을 위해 한수원이 1억 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사용료 납부와 함께 1기당 6억 5000만달러(약 9000억원)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이 계약은 향후 50년 동안 유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K-원전이 앞으로 해외 신규원전 사업에 참여할 때마다 1기당 약 1조원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불평등 조약’이다.
이번 합의는 약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수주 과정에서 이뤄졌다. 한수원이 WEC를 제치고 이 사업을 따내자 WEC는 해묵은 지재권 문제를 꺼내 들었고, 정부와 한수원은 WEC에 발목 잡힐 것을 우려해 이번 합의를 진행한 것이다.
당장 체코 원전 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리란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26조원 중 약 1%에 이르는 2400억원을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고, 1조 8000억원의 일감을 WEC에 맡겨야 한다. 한전도 앞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사업 수주 이후 WEC와의 지재권 분쟁에 비공개 합의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10%로 기대됐던 이익률은 모든 사업이 마무리된 지난해 현재 0%로 추산된다.
이번 합의에는 현재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수출 때도 WEC의 기술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한수원이 2028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i-SMR도 WEC의 원천기술이 들어가 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검증은 미국에 소재한 제3의 기관이 진행키로 했다. 국내 업계는 i-SMR에 대해 철저히 독자 기술 기반으로 개발하는 만큼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으리라 보고 있지만, WEC가 이에 대해서도 문제 삼을 여지는 충분하다.
전문가는 한·미 관계를 고려했을 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후 K-원전 수출 때마다 실무 협상을 통해 건별로 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K-원전은 한·미 원전 협정에 따라 어차피 미국의 ‘승인’ 없이는 수출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며 “우리가 100% 기술자립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할 때 건건이 실무 협상을 진행해 우리 측 부담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