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국가 주도' 구도로 전환되면서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논리를 넘어 안보와 산업정책을 앞세워 시장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美, 관세·보조금·지분 투자 논의
우선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안보 핵심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전면에 나서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입 반도체에 대해 "200~300%까지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며 강력한 보호 무역 기조를 시사했다. 앞서 예고했던 100% 부과 방침보다 2~3배 높은 수치다. 그는 나아가 수입업체들이 관세 면제를 받으려면 임기 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 때문에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SK하이닉스가 잠재적 수혜자로 거론된다. 다만 관세 면제 관련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실제 혜택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행정부 차원의 인텔 지분 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경영 위기에 직면한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 확보 실패와 유럽 공장 프로젝트 취소, 15% 이상 인력 감축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행정부는 칩스법을 통해 인텔에 배정된 109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해 약 10%를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인텔 시가총액(약 1075억 달러)을 감안할 때 성사 시 미국 정부는 세계 1위 운용사 뱅가드(8.9%)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다만 이 방안은 현재 검토 단계에 불과하며, 공식 발표가 없는 만큼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中, 데이터센터 국산화 가속
중국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상하이시가 제시한 '2025년까지 지능형 컴퓨팅 센터 국산 칩 도입률 50% 이상' 지침은 현재 전국 표준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2년간 중국 전역에서 500개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책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수출 제한으로 엔비디아 A100·H800 칩 공급이 차단되자,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H20 모델을 개발해 공급했으나 중국 당국은 보안 우려를 이유로 일부 분야에서 사용 자제를 권고했다. 특히 정부·안보 관련 프로젝트에서는 사실상 적용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 등 자국 업체 중심으로 수요가 이전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수출 제한이 결과적으로 중국 내 가성비형 AI 기술 개발을 자극했고, 주요 기업들의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주요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어 복합적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미국에서는 현지 투자로 관세 면제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정치·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산화 의무와 정책적 압박이 확대되면서 한국산 반도체 수요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관세 면제 요건 관련 보고·검증 대응 체계 강화 △미국·중국 이외 지역(동남아·EU 등)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 △제재 충돌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고객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칩스법처럼 세제·보조금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 국내 투자 매력을 강화하고, 미·중 경쟁 속에서 균형 있는 통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장비 반입 지연 등 비관세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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