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위해 단기 국고채를 발행할 경우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은행 발행 허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은행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국고채는 기본적으로 재정자금 조달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춰 발행 규모와 만기 등을 결정한다. 스테이블코인 같은 특정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는 용도로 단기물 발행을 고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단기 국고채 발행 증가는 차환 발행과 물량 소화 부담을 증대시켜 재정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과 관련한 우려를 표하면서, 통화안정증권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한은은 "단기 국고채의 시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발행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의 변동으로 국고채 수급에 불균형이 심화할 경우 단기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양도성 예금증서, 기업어음 등 단기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이 저해된다"고 우려했다.
또 "국고채 발행 한도가 있는 상황에서 단기 국고채가 발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중장기물의 공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이는 단기 금리 상승과 장기 금리 하락을 야기해 통화정책 파급 경로상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만약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에 단기 채권 편입이 필요하다면 단기 국고채 발행보다는 단기물이 정례 발행되고 있는 통안증권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의 지니어스 법에서도 준비자산으로 만기 93일 이내의 채권만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은행 중심의 점진적 도입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미래에 전 세계 화폐가 디지털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화폐에 프로그램 기능을 넣을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행은 원화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은행이 발행하게 되면 자본금이 적은 굉장히 작은 업체까지 허용할 경우 기술이 있음에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을 인센티브가 생길 수 있다"며 "자본금이 낮은 기업까지 허용하면 누군가 돈세탁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최소 규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한은 입장에서는 화폐 디지털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이 있을 때를 대비해 체계적으로 천천히 가면서 은행 중심으로 발행하고, 은행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개방형 발행도 해보고, 정말 필요하다면 비은행도 발행하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미국 달러스테이블코인이 많아지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방어하자는 것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닌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1년 반 전부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테스트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한은이 관장하는 네트워크에서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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