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벤츠코리아 'CATL 배터리 장착 허위 광고' 제재 착수…전기차 시장 신뢰 '시험대'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금융·자동차·공정 분야에서 의미 있는 판도가 형성될 수 있는 사안이 본격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근 벤츠코리아에 대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장착 관련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제재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12일, 공정위 심사관은 벤츠코리아가 CATL 배터리만 장착된 것으로 소비자에게 잘못 안내하고 딜러 교육까지 실시한 정황을 근거로 표시광고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심사보고서를 회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형사 절차에서의 기소 전 심의 단계에 해당하는 비공개 보고서로, 벤츠코리아와 공정위가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제재는 지난해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시 화재 차량은 벤츠 EQE였고 CATL 제품이 아닌 중국산 저가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벤츠코리아가 CATL 배터리를 장착했다고 공표한 사실과 현실 간의 불일치, 그리고 딜러 교육 등을 통한 허위 정보의 확산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제재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비자 신뢰와 투명성 이슈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외국계 차량의 중국산 배터리 장착 사실을 둘러싼 논란은,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수입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 실체와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한 소비자 게시판에서는 "벤츠 EQE에 장착된 배터리가 CATL이 아니라 파라시스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일부 언론은 마이바흐 EQS SUV에도 CATL 대신 엔비전AESC 배터리가 장착됐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확한 배터리 정보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현안을 반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 조사의 파급력은 전기차 업계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리콜, 배터리 안전성, 광고 규제 등 다양한 정책적 분야와 연결될 여지가 있어, 향후 제재 결정 및 법적 판단의 결과가 주목된다.

벤츠코리아 쪽은 현재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이며 법적으로도 최종 판단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작동한다.

이번 공정위 조사 착수는 전기차 보급 확대 속 '소비자 보호'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차세대 모빌리티 시대를 견인하는 전기차 시장에 있어 제조사가 정보 제공의 주체로서 어떤 책임을 다할 것인가는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 여부와 더불어 이를 계기로 배터리 실명제 도입 등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도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