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이하 삼성D)의 핵심 OLED 기술을 도용한 사실이 인정돼 미국 OLED 시장서 퇴출될 위기에 놓이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BOE가 삼성D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며 BOE OLED 제품에 대해 14년 8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라는 초강력 제재를 예고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3년 10월 삼성D가 ITC에 BOE와 자회사 7곳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으며 지난달 11일 예비판결을 통해 BOE에 대한 제재안이 내려졌다.
ITC의 예비판결문에 따르면 BOE의 기술 탈취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범죄로 확인된다. 2017년 말부터 시작된 기술 탈취 과정을 보면 BOE는 삼성D의 협력업체인 톱텍을 통해 OLED 곡면 합착기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어 삼성 전현직 직원들을 적극 스카우트하며 내부 기술 정보를 빼내고 다른 협력사들과도 접촉해 설계도와 기술 자료를 부정 취득했다.
ITC는 판결문에서 “삼성의 보안 조치는 뛰어난 수준이었지만 BOE가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해 사용했다. 복제된 문서 내용과 BOE 제품이 높은 수준으로 일치한다”고 명시했다. 14년 8개월이라는 제재 기간은 삼성D가 각 OLED 세부 기술 개발에 필요했던 기간을 합산한 것으로 ITC 역사상 가장 긴 수입 금지 조치에 해당한다.
BOE 제재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지난 13일 관련 업체 주식들은 일제히 폭등했다. LG디스플레이(이하 LGD)는 전일 대비 22.49% 급등하며 2004년 상장 이후 최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OLED 소재 업체인 덕산네오룩스도 24.6% 급등했다. 솔루스첨단소재, 이녹스첨단소재 등 관련주들도 동반 상승했다.
다만 이번 미국 내 BOE OLED 수입 금지 조치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가져다주는 이득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수입 금지 조치가 BOE가 직접 공급하는 제품에 한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BOE의 OLED 패널을 탑재한 완성품은 수입 금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D가 미국 ITC에 신청한 조치는 제한된 수입 권고(Limited Exclusion Order, LEO)로 일반적 수입 권고(General Exclusion Order, GEO)보다 제재 수위가 약하다. GEO의 경우 침해 품목 전반에 대해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로 직접 판매하는 제품뿐 아니라 해당 제조사의 부품을 탑재한 완제품까지 모두 수입 제한 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LEO는 그동안 판례상 조사 대상으로 명시된 품목에 한해서만 제재를 내리고 있다. 이번 삼성D와 BOE 간의 소송 범위는 OLED 디스플레이 패널과 OLED 디스플레이 모듈 그리고 구성 부품으로 완제품은 해당되지 않는다.
BOE는 애플 아이폰에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로 올해 2분기 기준 업체별 공급 비중은 삼성D 46%, BOE 22.7%, LGD 21.3% 순이다.
업계에서는 BOE가 퇴출되면 삼성D와 LGD가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애플이 BOE의 물량을 받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7월 예비판결 결과가 나온 후 이번 판결이 애플 제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이득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폰과 같은 완제품에 BOE 패널이 탑재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제품 수리를 위한 패널 제품의 경우에는 이번 제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자동차용 패널을 비롯해 소형 IT 제품에 사용되는 OLED 패널 등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모든 제품에는 BOE의 패널을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국내 기업들에게는 대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제조업이 활성화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부정한 수단으로 국내 기업들의 앞선 기술을 탈취해 시장을 지배하려 한 전략에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며 “한국 OLED 기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이 인정받으면서 향후 시장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11월 최종 판결을 내려지고 이후 60일간 미국 대통령 검토를 거쳐 확정되는데 업계에서는 예비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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