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지금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 있다. 각국은 저마다의 전략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성과와 논란, 새로운 도전 과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영국은 특히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2025년 8월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 발전량을 초과하며 14.08TWh라는 수치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3% 증가한 규모로, 약 5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태양광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전력 수요 중 10%를 감당하며 국가 에너지 전환의 상징적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사진=픽사베이)
영국 정부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을 45~47GW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신축 주택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조금과 세제 혜택, 계획법 개정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력망의 병목 현상과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큰 과제로 꼽힌다.
반면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가 농경지 내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농촌 지역의 에너지 전환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동안 농촌을 중심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이 이뤄졌지만 이번 정책 전환은 농업 생산성과 토지 활용을 둘러싼 갈등을 재점화했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식량 안보와 농업 생산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대로 에너지 전환 지지층은 농업 부문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한 축인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장기적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내 에너지·농업 이해관계 충돌은 앞으로도 정책 논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배터리 저장 투자 필요성이 전면에 부각됐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 우드맥켄지는 2034년까지 5,900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1조2천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저장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전환 속도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꼽히며 국제적 자본 투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수 조건이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간헐적인 에너지원이 늘어날수록 저장 장치의 중요성은 커진다. 결국 배터리 투자가 지연되면 에너지 전환의 성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우타르프라데시 주는 최근 첫 번째 그린 수소 플랜트를 시험 가동했다. 이 시설은 수소를 압축천연가스와 혼합해 활용하는 실증 프로젝트로, 동시에 LED 조명 교체와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 등 다각도의 탄소 감축을 병행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 지역에서 22GW 규모의 신재생 목표를 세웠으며, 현재까지 6GW를 달성한 상태다. 그린 수소의 상용화는 인도의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하고, 동시에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영국의 태양광 성과, 미국의 정책 후퇴, 글로벌 배터리 투자 수요, 인도의 수소 도전은 서로 다른 맥락이지만 공통의 메시지를 던진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각국은 자국의 상황에 맞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책 일관성과 인프라 투자, 기술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속도전의 승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국가 전략의 성패를 가를 요인이 될 것이다.
Copyright ⓒ 월간기후변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