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생태계 붕괴의 징후가 더 이상 과학적 예측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북극과 남극의 빙하를 녹이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바다의 수위를 높이는 차원을 넘어 해양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해양의 산성화와 산소 고갈 현상은 플랑크톤과 어류의 서식 환경을 위협하고, 결국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직결되는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 기후위기로 인해 갈라지는 지구(ai생성)
육상 생태계 역시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열대우림은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상실한 채 대규모 산불과 무분별한 벌목으로 파괴되고 있고, 사막화는 아프리카와 중동뿐 아니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가속화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였던 열대림은 하루에도 수천 종의 곤충과 식물이 자취를 감추는 ‘침묵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지구 생태계의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치명적 요소로 작용한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고온과 집중호우, 가뭄이 교차하면서 생태계의 연쇄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여름철 폭염은 도시의 열섬 효과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산림 속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으며, 겨울철에는 짧아진 결빙 기간이 철새들의 이동 경로를 바꾸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수달, 산양은 서식지 단절로 고립되고 있으며, 특정 곤충의 개체 수 폭증은 농업생산에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바다의 이상현상은 한국 사회에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 남해안 둘레길중 해안가 해수온도가 증가하고 있는 남해안
해수 온도의 급상승으로 제주 해역은 이미 열대성 어류가 확산되고 있으며, 토종 어종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산호초 백화현상은 한반도 남단에서 본격화되고 있고, 해파리 대량 번식은 어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바닷속의 생태계 변동은 곧 인간 사회의 어업 구조를 뒤흔들고 지역 경제를 붕괴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손실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인류 문명의 존속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멸종 속도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 시나리오와 맞먹는다고 경고한다.
공룡이 사라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포유류, 조류, 양서류의 상당수가 50년 안에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현실적 시나리오다.
생태계 붕괴는 연쇄적 파급 효과를 낳는다. 특정 종이 사라지면 그 종과 상호작용하던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리고, 이는 곧 지역 생태계의 총체적 붕괴로 이어진다.
꿀벌 개체 수 감소가 농업 생산성 저하로 직결되는 사례는 대표적이다.
꽃가루 매개자가 사라지면 과일과 곡물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 식량 위기를 가속화한다. 생태계의 붕괴는 결국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가난한 나라, 취약계층부터 먼저 강타한다는 점이다. 기후난민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이 물과 먹을거리를 찾아 국경을 넘고 있다.
생태계 붕괴로 인한 분쟁 가능성은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물 부족과 식량난이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이는 정치 불안과 대규모 난민 사태로 이어져 선진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반에 불안정을 확산시키고 있다.
과학계는 인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이미 북극 빙하는 회복 불가능한 전환점에 접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는 곧 기후정책의 지연과 무관심이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생태계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술 혁신,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 지속 가능한 농업 전환, 국제적 기후협력 체제가 시급하다. 단순히 환경부 차원의 관리가 아니라, 재정·산업·외교·국방까지 연계한 전방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기후위기로 죽어가는 산호초
결국 기후위기에 따른 생태계 붕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재난이다. 인류가 무책임한 성장 논리를 버리지 않는다면 지구는 스스로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생태계는 인간 사회의 기반이며, 그 기반이 무너질 경우 문명 자체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의 선택이 100년 후 인류의 존망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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