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 라인을 전면 재정비하며 경제외교 중심의 전략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19일 외교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주미대사로, 이혁 전 주베트남대사를 주일대사로 각각 내정하고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외교관계 복원 수준을 넘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협력, 첨단 기술 연대, 산업정책 공조 등을 포함한 실용적 경제외교를 강화하려는 이 대통령의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 강경화 내정, 미 대선 앞두고 '워싱턴 라인' 구축 가속화
주미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강경화 전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주유엔대표부 공사, 외교부 장관 등을 역임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다자외교뿐 아니라 미국 정계 및 외교 싱크탱크와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재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은 이번 인선이 단순히 외교안보보다는 경제·문화·기술 교류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외교관계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선을 단행한 것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디지털통상 등 경제 현안에 대한 고도화된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일본통 이혁 기용…한일 경제협력 복원 속도 낸다
주일대사로 내정된 이혁 전 대사는 외무고시 13회 출신으로, 동북아1과장, 아시아태평양국장, 주일 공사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일본통 외교관이다. 최근까지 민간 외교 플랫폼인 한일미래포럼 대표로 활동하며 한일 민간 경제협력과 교류 회복에 앞장서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부터 ‘실용 외교’를 천명하며 강제징용 문제 해법, 수출규제 해제, 미래산업 공동투자 등 실익 중심의 대일 외교 방향을 강조해왔다.
이혁 전 대사의 기용은 이러한 실용주의 외교의 연장선으로, 반도체 소재·부품 공급망 재구축, 한일 스타트업 교류, 관광·문화 콘텐츠 협업 등 실질적인 경제 협력 복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 주유엔 대사엔 노규덕 유력…다자외교 통한 북핵·대북경제 이슈 관리
주유엔대사로는 노규덕 전 국립외교원장이 사실상 내정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 전 본부장은 외교부 대변인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지내며 북핵 문제와 대북정책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유엔 무대를 통한 대북제재 논의, 인도적 지원, 동북아 경제안보 아젠다 형성 등 다자외교의 무게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내세워 외교의 실질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 공급망 재편·기술 동맹·외국인 투자 유치…전방위 경제외교 전환 신호
이재명 정부의 이번 외교라인 인선은 단순한 외교 복원 차원이 아닌, 한국 경제의 글로벌 전략 재정비라는 차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배터리 중심의 공급망 재편, IRA·CPTPP 등 무역 규범 이슈, 그리고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 경제외교의 본격화 신호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집권 이후 내내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기조로 삼아 왔으며, 이번 인사는 그 철학을 구체화한 첫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넘어,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등 경제 라인과도 긴밀히 호흡하는 실용적 외교 채널로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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