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인공지능(AI) 및 리얼타임 콘텐츠 솔루션 전문 기업 자이언트스텝이 글로벌 무대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최근 3D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가 북미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궜다. 자이언트스텝이 투자 및 제작에 참여한 이 작품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신작인 '아마추어', '드롭' 등을 제치고 북미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킹 오브 킹스'는 개봉 당일 701만달러(100억원) 티켓 매출을 기록하고 개봉 8일 만에 3469만달러(494억원) 누적 매출을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상업적 성과를 거두면서 자이언트스텝이 기존 용역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적인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 수익 구조는 프로젝트별 수주에 의존해 매출 변동성이 컸지만 이번 성공은 콘텐츠 흥행에 따른 직접적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IP를 활용한 2차, 3차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자이언트스텝이 지속적이고 확장 가능한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의 가시화로 풀이된다.
‘킹 오브 킹스’ 성공을 발판으로 자이언트스텝은 '킹 오브 킹스' IP를 활용한 체험형 전시, 몰입형 미디어 아트, 캐릭터 기반 굿즈샵 운영 등 다양한 부가 사업을 논의하며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이언트스텝은 AI 및 리얼타임 엔진 기술과 몰입형 미디어 전시 공간 사업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자이언트스텝의 핵심 기술이 영상 제작 도구에서 관객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 표준을 제시하는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킹 오브 킹스'의 흥행은 자이언트스텝의 기술력이 이머시브 콘텐츠 시장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자이언트스텝의 거대한 발걸음은 2008년 자본금 3억원으로 시작한 작은 광고 VFX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TV 광고 시장을 중심으로 삼성, 디즈니,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며 5300여편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과 제작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처럼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회사는 뉴미디어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AI와 리얼타임 엔진 기술을 결합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기존 수주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미디어 전반의 영상 기획부터 제작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테크 기업'으로의 변모를 꾀한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 내재화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었다. 리얼타임 엔진을 활용한 디지털 휴먼 프로젝트 '빈센트'는 자이언트스텝의 기술적 성취를 상징한다. 프로젝트는 실사에 가까운 디지털 휴먼을 리얼타임 엔진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으며 세계 최대 컴퓨터 그래픽 컨퍼런스인 '시그라프(SIGGRAPH)'에서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 호평을 받으며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자이언트스텝은 기존 렌더링 방식과 동등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움직이는 디지털 휴먼을 완성함으로써 미래형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자이언트스텝의 혁신은 과거의 성공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랜 기간 광고 VFX 시장에서 경쟁하며 쌓은 기술 효율성과 영상 완성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디지털 휴먼 제작 시간을 40% 이상 단축하는 독자적 기술력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본업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진화적 혁신'으로 평가된다. 2021년 자이언트스텝은 이처럼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스닥 기술성장기업 특례 상장에 성공하며 사업 확장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자이언트스텝의 핵심 경쟁력은 리얼타임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보적인 사업 다각화에 있다. 경쟁사들이 주로 영화 및 드라마 VFX 제작에 집중하는 동안 자이언트스텝은 VFX에 AI와 리얼타임 엔진 기술을 결합해 버추얼 휴먼, 버추얼 프로덕션,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기술 융합은 기존 VFX 산업 한계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VFX 작업은 막대한 비용과 긴 렌더링 시간을 요구하지만 리얼타임 엔진을 활용하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어 제작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는 특히 실시간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XR(확장현실) 콘텐츠나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자이언트스텝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고난도 CG를 정교하게 구현하며 기술력과 제작 효율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자이언트스텝의 주요 신사업인 버추얼 휴먼 분야에서는 네이버와 공동 개발한 '이솔'을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 지난해 공개한 '시드(Seed)'를 통해 상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용역 사업을 넘어 자체 IP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지속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자회사 사일로랩을 통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NOR(Not Only Restaurant)' 프로젝트에 참여해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등 기술 융합의 모범 사례를 창출하며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술적 우위는 견고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자이언트스텝은 국내 VFX 업계 최초로 월트디즈니컴퍼니, 넷플릭스, NBC유니버설 공식 협력사로 등록됐고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의 보안 평가 프로그램인 TPN(Trusted Partner Network)을 통과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공인받았다. 자이언트스텝의 기술력과 제작 시스템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VFX업계 전문가는 “자이언트스텝은 2008년 설립 이후 광고 VFX 스튜디오의 한계를 넘어 AI와 리얼타임 엔진을 결합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뉴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혁신을 선도해왔다”며 “'킹 오브 킹스'의 글로벌 흥행은 기술력 증명을 넘어 IP 기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자이언트스텝은 버추얼 휴먼 및 모바일 게임 등 신규 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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