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의약품 가격 인하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를 압박하는 가운데, 일라이릴리가 트럼프 행정부 요구에 맞춰 미국 외 국가에서 약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성명서를 내고 내달부터 일부 국가들의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릴리는 "미국 행정부의 선진국 간 의약품 연구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하겠다는 목표를 지지한다"며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유럽과 같은 다른 선진국 시장에서 정부와 의료 시스템이 지불하는 의약품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몇 달 동안 선진국, 특히 유럽 국가들의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왔다"며 "내달 1일까지 필요한 가격 조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밝힌 바에 의하면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는 영국에서 최대 170% 인상된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릴리는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환자들의 접근성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미국에서도 환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소비자에게 직접 처방약을 판매하는 '릴리 다이렉트'를 확대해 젭바운드(마운자로 미국 제품명) 등 릴리 의약품 접근성을 높였다. 인슐린 가격은 70% 인하하고 환자 본인부담금을 월 35달러로 상한 설정했다.
릴리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첫 대응 사례로 보인다. 미국 내 약가 인하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 외 국가들의 가격을 올려버리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향후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와 같은 조치를 이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미국의 높은 의약품 가격을 낮추겠다며 다양한 제도를 추진하고, 높은 관세 적용을 예고해 글로벌 제약산업 전반을 압박해 왔다.
외국과의 약가 격차 해소를 위해 '최혜국 대우'(MFN) 약가 제도는 OECD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GDP)이 미국의 60% 이상인 국가 중 가장 낮은 약가를 기준으로, 미국 환자들이 처방약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17곳에 내달 29일까지 미국 내 약값을 내리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의 미국 내 약가가 다른 나라보다 2~3배 비싸다며, 다른 선진국에 부과하는 약품 가격의 최저 수준으로 내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릴리는 "선진국들이 약가를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지만, 높은 약가를 초래하는 미국의 근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릴리는 미국의 약가 체계가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교차 보조금, 정부 프로그램 남용, 환자의 보험 부담금 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선진국들은 미국보다 시스템이 덜 복잡하고 환자 부담금이 낮거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최대 250%까지 매기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릴리는 "의약품은 생명을 구하는 특성으로 오랫동안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며 "광범위한 의약품 관세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환자 접근을 제한하며, 미국 내 제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의 경우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세가 아닌 미국의 제조 및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인센티브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릴리는 2020년부터 미국 내 제조 확장에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미국 생산시설 공급 및 수출 확대를 위한 1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한 다른 국가의 생산 능력 확장에도 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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