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변호사다. 최근 재미있는 법정드라마가 넘쳐나서인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 교육을 하며 “나는 변호사입니다”라고 말하면 제법 관심을 보인다. 거기에 필자는 변씨인지라 변변. 학생들 법률교육을 하는 변호사라 로쌤(lawsam)이라고도 불러주니 감개무량하다. 학생들을 만나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곤 한다. 연봉이 얼마냐, 일이 힘드냐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질문이었고 어떤 사람이 변호사가 돼야 하냐는 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어떤 사람이 변호사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하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대해 잘 답변해 줄 작정이었는데 누가 변호사가 돼야 하냐니.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5학년생이 생각하는 거라면 필자도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누가 변호사가 돼야 할까.
법꾸라지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법꾸라지는 ‘법률’과 ‘미꾸라지’가 합성된 신조어다. ‘인맥이나 정보, 지식 등과 결합한 법률 권력 및 기술을 이용해 법에 의한 처벌을 미꾸라지처럼 능수능란하게 피해 가는 사람’을 가리킨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해서 모두 올바른 것은 아닌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하다 보면 “이건 무죄다. 증거 있느냐. GPT에 물어보니 여기까지는 괜찮다”고 말하며 무례함을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낯부끄럽게 당당한 사람들을 종종 본다. 대단히 똑똑하다고 믿는 본인에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어찌 알려줘야 하는 걸까. 법꾸라지들이 내세우는 정당함이란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 보니 올바른 행위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크게 틀렸다.
다시 학생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적어도 “불법이 아니라 해도 올바른 행위는 아닐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학생들이 변호사가 돼야 할 것 같다. 올바른 행위가 쌓이고 쌓일 때 이 사회가 더 살 만하고 따뜻해질 수 있다고 믿고 그 행위가 갖는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말이다. 내가 그 행위를 직접 하지는 못한다 해도 다른 사람의 그런 행동을 깎아내리지 않고 기꺼이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사람.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기왕이면 좋은 학벌과 학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로스쿨에 입학해서도 치열한 3년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제는 반 토막이 나 버린 변호사시험에도 다섯 번 안에 합격해야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 더해 이 글을 보는 학생들이 ‘좋은 변호사’가 되기 바란다. 몇 년 전 논란이 됐던 정○○ 변호사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법꾸라지 같은 모습. 좋은 변호사라면 적어도 그러한 법꾸라지 이거나 법꾸라지를 거리낌없이 지원하는 변호사는 아닐 터다.
학창시절의 ‘배움’은 그래서 참으로 중요하다. 도덕이나 윤리를 배우는 때는 학창시절이 유일해 이때 배우고 닦은 가치관으로 평생을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가 된 학교폭력이나 교권 침해 역시 결국 ‘배움’, ‘교육’의 문제임은 여러 번 언급한 대로다. 학생들이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하고 법적인 소양을 길러 자신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법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공교육을 통해서 말이다. 학창시절의 법교육만이 법기술을 배우는 교육에서 벗어나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하기 위한 윤리를 배우는 교육이 될 수 있다. 이때의 배움으로 아이들은 다른 학생들과 교원들을 배려하며 학교라는 공동체 내에서 조화롭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배움이 사회로 이어진다.
에스콰이어(Esquire). 최근 한 법정드라마에서 에스콰이어를 미국 등 영어권에서 변호사에게 붙이는 공식 존칭을 넘어 변호사로서의 책임감, 윤리적 태도 등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즉, 단순히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를 넘어 변호사로서의 정체성과 품위를 가진 진짜 변호사 말이다. 꼭 변호사가 아니어도 된다. 필자는 12년의 학창시절을 보내는 우리 학생들이 모두의 인생에서, 그 어떤 직업에서든, 에스콰이어 ○○○이 되길 소망한다. 힘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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