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 사회적 규범과 인식에 초점둬야”[ESWC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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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 사회적 규범과 인식에 초점둬야”[ESWC2025]

이데일리 2025-08-18 19:12: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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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년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가족정책과 노동시장 성별 격차’에 대해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엄마가 일과 육아를 모두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은 아직도 견고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질수록 이 같은 규범을 향한 여성들의 저항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여성만의 문제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구조적 원인을 찾고 사회적 규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2025)의 첫 주요 세션인 ‘가족정책과 노동시장 성별 격차’의 연사로 나선 제시카 판 싱가포르대학교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임금이나 진급 등의 ‘성별 격차’ 문제를 사회적 규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는 5년에 한 번 열리며 한국은 처음 이 대회를 유치해 개최한다. 이날 첫 주요 세션은 황지수 서울대학교 교수가 의장을 맡았고, 제시카 판 싱가포르대학교 교수와 패트리샤 코르테즈 보스턴대학교 교수가 연사로 참석했다.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 사회 규범 측면에서 봐야”

노동 시장에서의 성별 격차는 오랜 기간 논쟁의 화두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신체와 심리적 특성 등 남녀 간 본질적인 성별 차이가 노동 시장으로 이어진 결과일 뿐이란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사회적 규범과 문화 등 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해 여성들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판 교수는 “신체와 심리적 특성 등 남녀 간 본질적인 성별 차이가 노동 시장의 성별 격차로 이어졌다고 단정 지을 경우 정책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사회적 규범과 문화의 측면에서 성별 격차를 다뤄야 정책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 시장에 정책 개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판 교수는 “여성은 과거와 달리 비교적 늦은 출산을 선택하며 경력 단절 없이 일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소득 직업 종사율이 낮고, 부모가 된 이후에도 여성의 소득이 남성에 비해 크게 하락하는 패널티를 감수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남성 육아휴직, 쿼터제로 의무화해야”

이날 세션에선 노동 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해소하고, 이로 인한 여성의 노동 참여를 늘리는 한편 저출생을 해결하는 해법 중 하나로 남성 육아휴직 쿼터제(의무할당)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코르테즈 교수는 여성 중심의 육아휴직 정책이 되려 여성의 직장 복귀를 지연시킨다고 지적하며 남성 육아휴직 쿼터제와 공공 보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성에게 배우자 육아휴직 여부와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휴직을 할당하는 정책은 남성이 속한 조직 분위기와 동료의 반응 등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쿼터제로 육아휴직을 의무화할 경우 남성의 육아 참여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보육 확대는 출산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를 촉진해 경력 단절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르테즈 교수는 “이민 가사노동자를 통한 보육 지원이 여성 경제참여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면서도 “이 같은 정책의 효과는 제도 설계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결국은 성별 고정관념의 변화가 병행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션 말미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강연자와 참석자 간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뉴질랜드에서 온 참석자 A씨는 패트리샤 교수에게 불평등한 남녀 육아 부담을 강조하는 사회적 규범을 바꾸기 위한 정책에 어떤 것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이에 코르테즈 교수는 “아주 좋은 질문”이라면서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여성이 직장 업무 대신 육아에 무게를 두는 경우 많은 직장에서 패널티를 주는 게 현실인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2500여명의 석학 등이 모였으며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절 비대면 개최 이후 10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됐다.

왼쪽부터 패트리샤 코르테즈 보스턴대학교 교수, 황지수 서울대학교 교수, 제시카 판 싱가포르대학교 교수(사진=세계경제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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