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에 있어서 필요성과 의미가 크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성계와 시민사회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촉구했다.
원 장관 후보자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고 하는 헌법적 가치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차별 시정과 해소에 노력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와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원 장관 후보자는 2023년 7월부터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해 온 인물로, 젠더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하거나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운동에 참여하는 등 여성·인권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법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 한국여성학회 이사, 여가부 정책자문위원, 한국 젠더법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등 여성폭력 문제를 상담하는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이사직을 맡고 있다.
원 장관 후보자를 자문위원으로 두고 있던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달 차별금지법과 형법상 강간죄 개정을 옹호하는 여가부 장관을 원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원 장관 후보자 이전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사퇴한 강선우 전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차별금지법과 비동의 강간죄 개정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강간죄 개정은 지난해 6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한국정부 9차 심의 최종권고에서 2년 이내 특별 보고 사항으로 권고한 바 있다.
원 장관 후보자는 여성계 핵심 의제이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 두 가지 법안에 대해 공론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법 제정에 대한 이해가 달라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향후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의견 경청하고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간죄 개정에 대해서는 “현행 형법상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성폭력 판단 기준을 기본권 측면으로 보고자 하는 논의로 알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포함해 현장과 전문가, 당사자와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은 원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편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세력을 이유로 관련 논의를 미뤄온 만큼 이번 정부에서는 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가정폭력·성폭력·사이버 성폭력·사이버 성착취 등 여성 안전을 다루는 다양한 여성단체들에서 수십 년간 활동해 온 경력에 큰 기대감을 갖는다”면서 “비동의 강간죄, 차별금지법, 포괄적 성교육, 생활동반자법 등 주요 성평등 정책 의제들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촉구한다”고 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토론장은 계속해서 만들어져 왔다.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면서 “반대 여론을 이유로 망설이고 미뤄온 차별금지법이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니라 제정을 위한 본 궤도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토론은 왜 차별과 혐오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지, 차별의 구조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지 반대 세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측은 본보에 “원 장관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의 의미를 짚고 인권위와 협력해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 가겠다고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제정해 헌법 이념과 평등권을 구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에게 차별금지법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차별금지법은 여가부만의 과제가 아닌 만큼 정부 전체 차원에서 추진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더불어 오는 9월 중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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