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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 후 산모 정신건강 악화…둘째 생각 안 해
고강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여성들이 출산 이후 정신 건강 악화 문제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병원 진료 기록을 활용한 통계 분석 결과 첫째 출산 후 산모가 정신건강 관련 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확률이 약 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출산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출산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고소득 여성에게서 더욱 크게 나타났으며, 정부의 출산장려금(베이비 보너스) 정책이 산모의 정신건강 악화를 완화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첫째 출산 이후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여성의 경우 둘째를 낳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실증 분석 결과 산모가 첫째 출산 후 32개월 동안 정신건강 관련 의료 지출이 발생하면 둘째 자녀를 낳을 확률이 약 8.8%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정부의 출산장려금 정책은 둘째 출산 확률을 높이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었으나, 산모의 정신건강 악화와 자녀 추가 출산 사이의 연관성을 해소하는 데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출산 장려금이 정신 건강 악화 문제를 겪지 않은 여성의 둘째 출산에는 긍정적인 작용을 했으나, 산후 우울감 등을 느낀 여성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 출산으로 경력 단절·임금 감소…‘모성 페널티’ 심화
출산은 여성의 경력과 임금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국내외 연구에서는 출산 이후 여성이 경험하는 ‘모성 패널티(motherhood penalty)’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남성의 경우 자녀 출산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불이익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 반면, 여성은 경력 단절과 임금 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황지수 서울대 자율전공학부 교수는 “한국 여성의 경우 첫 출산 직후 단기적으로 월 소득이 40~46% 가까이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다”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사회적 지원 부족 △개인 선택 등 다양한 요인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지속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남녀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자체는 최근 수십 년간 크게 축소돼 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링 중 청쿵 경영대학원 교수는 1931~1984년 출생한 미국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증 연구 결과, 같은 전공·학력 조건에서 남녀 간 임금 차이는 제한적이었다며, “전체인 성별 임금 격차는 과거에 비해 빠르게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부담이 더 큰 사회적인 인식과 구조가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와 사회적 지위 차이에 상당 부분 기여하는 것으로 해설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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