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남의 CEO 분석 6] 김영섭 KT 대표 "통신 공룡 KT, 동남아 AI 제국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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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의 CEO 분석 6] 김영섭 KT 대표 "통신 공룡 KT, 동남아 AI 제국을 꿈꾸는가"

CEONEWS 2025-08-18 16:57: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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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의 CEO 분석 6] 김영섭 KT 대표
[박수남의 CEO 분석 6] 김영섭 KT 대표 "통신 공룡 KT, 동남아 AI 제국을 꿈꾸는가" (CEONEWS=박수남 기자)

[CEONEWS=박수남 기자] 세계의 이목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에 쏠려 있을 때, 서울과 하노이를 잇는 물밑에서는 훨씬 더 대담하고 정교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바로 KT 김영섭 대표가 던진 승부수다. 지난 8월 중순, KT는 베트남 국영 통신 대기업 비엣텔(Viettel)과 '전략적 파트너십 2.0'이라는 이름의 기념비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표면적으로는 그저 또 하나의 해외 사업 협력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계약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이는 김영섭 대표가 KT를 국내 통신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글로벌 'AICT'(AI+ICT)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거대한 비전의 핵심 초석임이 드러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디지털 경제의 심장에 한국형 AI 생태계를 통째로 이식하려는 계산된 '갬빗(Gambit)'이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직접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중견국 기술 동맹'이라는 제3의 길을 개척하려는 야심 찬 계획인 셈이다.

단순 MOU를 넘어선 'AI 국가' 건설 프로젝트

지난 5월의 첫 만남이 탐색전에 가까운 양해각서(MOU)였다면 , 8월의 합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철갑 계약'에 가깝다. 김영섭 대표와 비엣텔의 타오득탕 회장이 서울에서 직접 만나 도장을 찍은 이 계약은 , 네 개의 단단한 기둥 위에 세워졌다.

첫째, '베트남 주권 거대 언어 모델(LLM)' 공동 개발이다. 이는 단순히 챗봇 하나를 만드는 수준이 아니다. 베트남의 언어와 문화, 행정 시스템에 완벽하게 녹아든 '디지털 뇌'를 함께 만들겠다는 것이다. 베트남에게는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일이며 , KT에게는 한 국가의 디지털 운영체제를 선점하는 절호의 기회다.

둘째, 국방, 미디어, 헬스케어 등 핵심 산업별 AI 전환(AX) 플랫폼 구축이다. 이론이 아닌 실전, 연구가 아닌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KT의 기술력과 비엣텔의 막강한 현지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셋째, AI 기반 사이버 보안 공동 연구다. 특히 전 세계적 골칫거리인 '보이스피싱과 딥페이크 범죄'를 정조준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AI 시대를 양사가 함께 열겠다는 선언이다.

넷째, '글로벌 AX 혁신 센터(G-AXC)' 설립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AI 인재를 직접 키워내겠다는 장기 포석이다. 이는 베트남의 AI 인재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 미래의 베트남 AI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KT의 기술 생태계 안에서 성장하게 만드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낳는다.

이 네 가지 기둥을 종합해 보면, KT는 베트남에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최첨단 AI 어선과 어업 기술, 그리고 선원 양성소까지 통째로 지어주는 'K-개발 모델'의 디지털 버전을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경제 발전 경험을 전수하며 영향력을 키웠던 방식의 진화된 형태다.

설계자 김영섭, KT를 재창조하다

이 담대한 계획의 중심에는 설계자, 김영섭 대표가 있다. 그는 KT를 낡은 통신 규제 산업의 공룡으로 남겨둘 생각이 없다. 그의 비전은 명확하다. 바로 'AICT 컴퍼니'로의 완전한 변신이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는 KT 내부 서비스의 80%를 AI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 부실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군살 빼기에도 박차를 가했다.

베트남 계약은 이런 큰 그림의 한 조각일 뿐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수혈하고 ,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이라는 신흥 거점에서 실전 경험과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치밀한 연계 플레이인 것이다.

김 대표의 이런 행보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정면 돌파 시도이기도 하다. 안정적이지만 성장이 정체된 통신 사업 모델 탓에 저평가받아 온 KT의 기업 가치를 , AI라는 고성장 엔진을 장착하고 베트남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재평가받겠다는 의지다. 그는 단순히 더 나은 기술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디지털 인프라에 깊숙이 뿌리내리는 '생태계 통합'이라는 한 수 위의 전략으로 경쟁의 판을 바꾸고 있다.

왜 베트남인가? 황금 티켓을 쥔 이유

수많은 국가 중 왜 베트남이었을까? 데이터를 보면 그 답은 명확해진다. 베트남은 2025년까지 디지털 경제 규모가 4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다. 놀랍게도 현지 기업의 80%가 이미 AI를 도입했을 정도로 기술 수용성이 높다. 2030년까지 AI가 GDP에 기여할 가치는 무려 793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박수남의 CEO 분석 6] 김영섭 KT 대표
[박수남의 CEO 분석 6] 김영섭 KT 대표 "통신 공룡 KT, 동남아 AI 제국을 꿈꾸는가" (CEONEWS=박수남 기자)

여기에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AI 육성 정책과 비엣텔이라는 '국가대표' 파트너의 존재는 KT에게 베트남 시장을 열 '황금 티켓'을 쥐여준 셈이다. 김 대표의 선택은 감이 아닌, 철저한 데이터에 기반한 전략적 베팅이었다.

미중 기술 전쟁의 체스판, 제3의 길을 열다

이러한 KT의 행보는 미중 기술 전쟁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미국은 인텔에 직접 지분 투자를 검토할 정도로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기술 민족주의'는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에게 안보 동맹(미국)과 최대 교역국(중국) 사이에서의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한다.

KT-비엣텔 동맹은 이 딜레마를 피하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줄 서는 대신, 기술 주권을 지키려는 중견국끼리 손을 잡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생태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는 현명한 '헤지(hedge)' 전략이다.

물론, 이 거대한 구상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규모의 AI를 구축하는 과정에서의 기술적 난관, 이질적인 두 기업의 문화적 융합,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구글, MS, 알리바바 등 이미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공룡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베트남 파트너십이 김영섭 대표의 임기 중 가장 대담하고 결정적인 승부수라는 점이다. 이는 KT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K-테크'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의도의 선언'이다. 이 갬빗의 성공 여부에 따라 KT의 미래는 물론, 동남아 기술 지형의 판도까지 바뀔 수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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