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와 탬파베이 레이스 김하성은 지난 16일(한국 시각)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두고 특별한 장비를 꺼내 들었다. 둘은 나란히 광복절을 기념하는 '태극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등장했다.
MLB 사무국은 2017년부터 매년 8월 무렵 '플레이어스 위크엔드'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MLB 선수들이 맞춤형 장비로 개성을 표현하고, 연고지 팬들에게 소속팀 구성원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선수가 선호하는 자선 단체를 도울 기회도 제공한다.
2019년까지는 선수가 원하는 별명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러 유니폼 수집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다만 MLB 공식 용품 업체 변경과 코로나19 등이 겹쳐 4년간 중단된 뒤, 지난해 재개되면서 방식이 다소 바뀌었다. 올해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진행돼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역대 코리안 빅리거들은 이 기간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유니폼과 장비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오승환과 김현수, 2018년 추신수와 오승환, 2019년 류현진 등은 본인의 한글 이름이 달린 유니폼을 착용했다. 김하성은 지난해에도 태극 배트를 사용해 홈런까지 신고하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플레이어스 위크엔드는 MLB 흥행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 2024년 행사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MLB 관련 게시글 조회수는 7450만, 인게이지먼트 240만 건을 기록해 전년도 대비 언급량이 30% 이상 증가했다. 평상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장비와 특별한 서사로 젊은 팬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선수들에게도 뜻깊은 행사다.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던 2018년 한글 유니폼을 착용한 뒤 "마지막으로 한글 유니폼을 착용한 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아마도 중학교 팀이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팀은 등에 번호만 있었고, 연령별 대표팀은 이름이 영어로 돼 있었다. (2001년부터)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18년 동안 한글 유니폼을 입고 뛴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프로스포츠도 참고할 지점이 많은 행사다. 정규시즌 중후반부에는 순위 싸움 외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어려운데, 스포츠의 테두리를 넘어 색다른 방식으로 팬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제시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은 플레이어스 위크엔드는 MLB 연례행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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