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알타이 바이은드르 골키퍼가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 골’은 면했지만 실점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이은드르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세부 전술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라운드를 치른 맨유가 아스널에 0-1로 패했다.
이날 맨유는 아스널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지난 시즌부터 빅클럽을 상대로 ‘두 줄 수비’ 기반 실리축구를 펼친다는 걸 감안해도 분명 지난 시즌보다 진일보한 경기력이었다. 특히 영입생 마테우스 쿠냐와 브라이언 음뵈모는 PL 수위급 공격수였음을 과시라도 하듯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맨유는 졌다. 전반 13분 코너킥 상황에서 세트피스에 강한 아스널을 제어하지 못했다. 데클란 라이스가 왼쪽에서 오른발로 골문 쪽으로 감기는 ‘인스윙’ 코너킥을 올렸고, 바이은드가 이 공을 쳐내려 했으나 윌리엄 살리바에게 밀려 왼손으로 공을 건드리기만 했다. 힘없이 옆으로 흐른 공은 리카르도 칼라피오리가 머리로 밀어넣었다.
해당 실점에는 분명 바이은드르의 지분이 있다. 바이은드르는 지난 시즌에도 코너킥 상황에서 실수를 범해 득점을 허용했다. 2024-2025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에서 후반 43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올린 코너킥을 막으려 했으나 루카스 베리발의 방해로 공을 건드리지 못했고, 공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또한 수준급 골키퍼였다면 수비 방해에도 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수문장이었던 조 하트는 영국 ‘BBC’를 통해 “바이은드르는 왼팔로 살리바와 싸우면서 오른팔로 공을 쳐내야 했다. 처음엔 그를 옹호하려 했지만 리플레이를 보자 ‘이건 변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상황에 지나치게 휘말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라며 바이은드르의 실수를 지적했다.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서 아스널의 다비드 라야는 하트가 주장한 바를 그대로 이행했다. 후반 13분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왼쪽에서 오른발로 인스윙 코너킥을 올릴 때, 마타이스 더리흐트가 라야를 방해했다. 하지만 라야는 왼팔로 더리흐트가 붙는 걸 저지한 뒤 오른손으로 공을 멀리 쳐냈다.
해당 두 장면에는 골키퍼 개인 기량 차이에 더해 맨유와 아스널의 세트피스 수비 세밀함 차이도 엿볼 수 있다. 바이은드르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장면에서 골키퍼에게 붙는 살리바를 마크하는 선수는 메이슨 마운트였다. 마운트가 181cm로 큰 키도 아닌 데다 몸싸움이 좋지도 않은 걸 감안하면 애당초 살리바의 행동을 막기에 무리가 있었다.
반면 라야에게 붙는 더리흐트를 마크하는 선수는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였다. 센터백으로 수비력이 검증된 데다 몸싸움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마갈량이스는 더리흐트가 라야의 앞에서 점프하려 할 때 은근한 힘을 줘 더리흐트가 자신의 제공권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라야와 함꼐 더리흐트를 저지했기 때문에 라야가 한결 수월하게 공을 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스널은 니콜라스 조버 코치의 지도 아래 치열하게 세트피스를 가다듬는 걸로 유명하다. 라이스와 부카요 사카라는 걸출한 키커들이 구사하는 인스윙 코너킥은 PL의 대세가 됐을 정도다. 이날도 아스널은 세트피스 수비 전술에서의 세밀함으로 맨유를 꺾고 승점 3점을 얻었다. 골키퍼 차징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면, 세트피스를 더 잘 준비한 쪽은 분명 아스널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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