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중국이 철강 감산에 나서면서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 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철강사들은 반덤핑 관세에 이어 글로벌 공급 조절을 계기로 가격 협상력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대로 조선사들은 협상력 약화로 후판 가격이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조선업계가 올해 3분기 후판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발 공급 조절이 협상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가 9월 초까지 대규모 감산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국제 철강 시황에 변동성이 커지고, 그 여파가 국내 후판 협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20% 안팎을 차지하고 철강사 매출의 1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제품이다. 통상 반기별로 진행되던 후판 가격 협상은 올해부터 국제 시황과 환율,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분기별로 협상 주기가 짧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중국의 철강 감산으로 이번 3분기 조선업계와의 후판가 협상을 유리한 고지에서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은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는 전략을 취해왔으나, 감산으로 생산량이 줄면 이 같은 수출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국내 유통되는 중국산 후판 물량이 줄면 가뜩이나 호황 속 수요를 유지해야 하는 조선업계는 선택지가 더욱 제한돼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철강업계는 공급 우위를 바탕으로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역시 중국의 감산으로 인한 협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감산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 축소로 후판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조선업계가 후판을 조달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해, 협상 과정에서 조선사들의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철강 감산이 국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중국산 철강 공급이 과잉된 상황인 만큼 일부 감산이 이뤄지더라도 국내 후판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관건은 후판 감산 규모”라며 실제 후판 감산 규모에 따라 조선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협상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업계의 후판가 인상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선박 건조 원가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이 즉각 악화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글로벌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K조선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 우려를 명분으로 톤당 80만원 수준을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주요 철강사들은 미래 투자와 설비 현대화, 친환경 공정 전환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 2023년 가격 수준인 톤당 90만~100만원 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