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1부) 강원FC와 춘천시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내년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 코리아컵 홈경기가 강릉에서만 열린다. 이에 춘천시는 강원FC와 결별을 공식화하고 K3리그(3부) 춘천시민축구단의 ‘프로화’에 전력을 쏟겠다고 나섰다.
강원FC는 지난 12일 “2026년 홈경기 개최지 재공모 결과 강릉시만 신청해 내년 모든 경기를 강릉에서 치른다”며 “3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최지원금만을 기준으로 심사했고, 강릉시가 경기당 8000만원을 제시해 단독 개최가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춘천시는 “지난 4월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의 기자회견 발언과 5월 육동한 춘천시장 경기장 출입 제한 논란에 대한 공식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민에 대한 진실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춘천시는 그동안 강원FC를 위해 많이 노력했고, 손해 보고 서운한 점이 있어도 인내해 왔다. 그러나 강릉시와 ‘경매식 비딩’은 최대 스폰서인 지자체를 경쟁에 내몬 잘못된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춘천시민축구단을 법인화해 3년 안에 K리그2(2부) 진출을 추진하겠다”며 사실상 강원FC와 ‘결별 선언’을 했다. 하지만 춘천시민축구단의 프로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K리그2 승격을 위해선 최소 연간 5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이를 전액 시비로 충당할 때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고, 수십억 원대 규모의 기업 후원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
강원FC 역시 난감하다. 그간 강원FC는 강원도 차원에서 매년 약 120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운영해왔다. 그러나 ‘도민 구단’이라는 명분이 사라질 때 도의회 차원에서 지원 축소가 논의될 수 있다. 특히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 내 구단 사무국은 존폐 갈림길에 섰다. 연간 48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사용 중인 공간이 내년부터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경우 30여 명의 직원이 강릉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 여론도 갈라지고 있다. 일부 팬들은 “춘천시민축구단을 중심으로 새출발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보지만, “강원FC와 결별은 도민 축구의 퇴보를 의미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강원FC 이사회는 성명을 내고 “강원FC는 특정 지역이 아닌 18개 시군이 함께하는 도민 구단”이라며 상생을 강조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세금 경쟁을 부추기는 공모 방식 자체가 도민 구단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최지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강원FC와 춘천시의 갈등은 사무국 이전 문제, 예산 재편, 시민구단 ‘프로화’라는 다층적 후폭풍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강원FC가 강릉 단독 개최로 체제를 굳히고, 춘천시가 별도의 프로구단 창단을 추진할 경우 ‘도민 구단’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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