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가성비와 빠른 납품’으로 세계 방산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K방산이 수출 전략을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일본이 약 10조원 규모의 호주 해군 호위함 사업에서 일본의 미쓰미시중공업이 우리나라와 독일, 스페인 업체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세계 방산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해양방산 분야가 최근 K방산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주목받는 가운데 결정된 이번 수주전은 지금까지 가성비와 빠른 납품에 의존했던 K방산 수출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일본은 이번 호위함 수주를 계기로 품질과 외교 네트워크를 앞세워 세계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현지 매체인 재팬타임즈도 17일 방위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수주 성공을 계기로 일본 산업 전반에 걸쳐 자신감을 줘 향후 수출 기회를 모색할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호주 등에 바람직한 안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 만큼 장비 수출은 이를 위한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호위함 수주가 일본이 역내 외에서 안보적 역량과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발행한 ‘일본 방위산업전략 추진 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보고서 따르면 자위대의 역할이 제한된 일본으로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해외 군사적 영향력 투사가 필요한 만큼 군사적 형태인 연합훈련 외에도 준군사적 형태인 방위산업전략, 즉 무기 수출을 통해 일본의 안보적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은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한 이후 미국·호주·영국·캐나다·프랑스·인도·독일·이탈리아와 전평 시 각종 군수 물품·용역을 지원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한 데 이어 호주·영국·필리핀과는 공동 군사 훈련과 군사 작전을 제공하는 상호접근협정(RAA)을 체결했다. 일본은 이들 국가와의 협정을 기반으로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일본의 방위산업전략은 최근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에도 다양한 형태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미사일·위성기술·레이더 등 첨단기술 영역 외에도, 미 함정·전투기 관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에서도 경쟁이 예상된다.
군사전문가들도 이번 호위함 수주는 정치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일본의 호주 호위함 수주는 최근 호주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일본과 3자간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결정된 것으로, 정치적 요소가 많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업체의 조기 탈락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조선산업 경쟁력은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함정분야 국방기술수준은 일본이 7위로 8위인 우리나라보다 앞선다”면서 대신 “일본이 방산 수출 경험이 거의 없어 이번 대규모 수출 건에 대해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번 수주전에서 일본이 최신 기술과 현지생산 등 매력적인 제안을 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함정 분야에서 동남아 지역 수출을 놓고 일본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첨단 함정 기술 개발과 함께 현지 공동생산, 조선업 분야 협력 등 경쟁력 있는 협상 아이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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